엔비디아(Nvidia)가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 미디어텍(MediaTek)에 35억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31일(월) 보도했다. 이번 거래로 미디어텍은 엔비디아의 기술을 도입해 AI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엔비디아 기반 데이터센터에 곧바로 연동할 수 있는 맞춤형 칩을 설계하게 된다.
이번 투자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앤스로픽 등 주요 클라우드 업체와 AI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잇따라 자체 칩 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나왔다. 테크크런치는 미디어텍과의 이번 계약이 엔비디아가 맞춤형 반도체 시장 확대라는 흐름에 일부 자리를 내주면서도,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지배적 표준으로서 자사 입지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엔비디아의 HPC·AI 하이퍼스케일러 인프라 솔루션 담당 수석디렉터 디온 해리스(Dion Harris)는 이날 기자들과의 화상 브리핑에서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기업"이라며 "우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순수 컴퓨팅 칩 사업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최근 몇 년간 엔비디아가 투자한 기업들이 다시 자사 생태계로 흘러 들어오는 순환적 자금 구조를 재확인시켜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약에 따라 미디어텍은 엔비디아의 NVLink Fusion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엔비디아 칩이 아니더라도 서로 다른 칩들이 빠르게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인 NVLink가 포함된다.
앞서 지난주 엔비디아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도 유사한 파트너십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미디어텍 건과 달리 직접 투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AWS는 자사 인프라에 엔비디아 GPU 200만개를 추가로 배치하고 NVLink Fusion도 통합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으로 미디어텍은 클라우드 업체나 AI 연구소가 자사 워크로드에 맞춰 설계한 맞춤형 칩을, 엔비디아가 검증한 스케일업·스케일아웃 기술 스택과 생태계, 그리고 랙 단위(rack-scale) 아키텍처를 활용해 계속 만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해리스 디렉터는 "사실상 모든 클라우드와 모든 모델 개발사가 어떤 형태로든 우리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며 "미디어텍이 이러한 확장 기능을 자사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고객들은 AI 팩토리 전반에서 랙 단위 인프라를 표준화하는 동시에, 같은 표준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른 업체들과 나란히 자체 맞춤형 칩을 배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계약은 결국 미디어텍의 전체 고객 기반에 이 생태계를 개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텍은 맞춤형 AI 칩과 관련한 고객 기반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엔비디아가 이 생태계에 함께 올라타는 조건으로 미디어텍의 관련 사업 확대를 지원하려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테크크런치는 분석했다. 미디어텍은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ASIC(주문형 반도체) 사업을 서서히 키워왔으며, 지난 6월에는 이 사업이 2026년 20억달러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향후 몇 년간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홈, 자동차, 무선통신용 맞춤형 칩 설계에 강점을 가진 미디어텍은 엔비디아의 소형 개발자용 데스크톱 AI 컴퓨터 'DGX 스파크(DGX Spark)'에서도 협력을 이어간다. 양사는 엔비디아가 소비자용 AI PC에 자사 AI 기술을 탑재하려는 프로젝트인 'RTX 스파크(RTX Spark)'로도 협력 범위를 넓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디어텍과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시대에 걸맞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용 플랫폼 개발"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미디어텍의 차량용 플랫폼은 지능형 차량 콕핏에 엔비디아의 RTX 그래픽 기술을 활용하며, 자율주행 워크로드를 위한 차량용 컴퓨팅 플랫폼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Drive AGX)와도 연동된다.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성명을 통해 "AI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팩토리부터 PC,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컴퓨팅 플랫폼을 바꾸고 있다"며 "우리는 함께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을 새로운 시장에 접목하고, 고객들이 엄청난 규모로 차별화된 AI 시스템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