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년물 국채금리 3% 근접, 30년 만의 최고...중동 불안·재정적자·연준 불확실성 겹쳐

글로벌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9월 들어 더 거세지고 있다. 중동 교착 장기화로 유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주요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일 보도에 따르면 1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80%까지 올랐고, 30년물 국채금리는 5.258%를 기록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2.996%로 올라 3%에 근접했다.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과 프랑스 국채금리도 수년 만의 고점으로 상승했다.

미 국채
(미 국채. 자료화면)

채권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각국 정부의 차입비용이 높아지고, 주식시장에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중동 불안이 인플레이션 우려 자극

이번 채권 매도세의 직접 배경 가운데 하나는 중동 리스크다.

미국과 이란 군이 지난 주말 수주 만에 다시 충돌하면서 원유 가격이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2.78달러로 2.53%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르고, 이는 각국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중동 교착이 인플레이션을 높은 수준에 묶어두고,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채권 매도세를 단순히 인플레이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웰링턴-알터스 프라이빗 웰스의 벤 키젬척(Ben Kizemchuk)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이를 순수한 인플레이션 이야기로 오진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글로벌 국채 가격 재평가"에 가깝다고 말했다.

재정적자와 회사채 경쟁도 부담

채권시장 압박은 중동 리스크만의 결과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국채 발행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도 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가려 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크리스토퍼 이고(Christopher Iggo) 전략가는 지금 대규모로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는 상당히 용감한 투자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 가능성 강화, 회사채와의 경쟁, 그리고 연준의 시장 안내 축소가 글로벌 채권 매도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현재 채권시장은 단순히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부채 증가와 기업 차입 확대, 중앙은행 정책 불확실성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

워시 의장의 '전방 안내 축소'도 시장 불안 키워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소통 방식도 채권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워시 의장은 최근 잭슨홀 연설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냈다고 볼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기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를 향해 충분히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연준이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강하게 안내하는 관행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시장은 연준이 다음 결정을 덜 설명하고 덜 예고하는 환경에서 스스로 금리 경로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불확실성은 채권 투자자들에게 더 큰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만든다.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지, 언제까지 높은 금리를 유지할지 분명하지 않다면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위험은 더 커진다.

연준 인사도 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

연준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식지 않을 경우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클 바(Michael Barr) 연준 이사는 워싱턴DC 행사에서 물가 지표가 연준의 2% 목표를 향해 완화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면 중앙은행이 정책 기조를 평가할 시간을 조금 더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 "결정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워시 의장의 잭슨홀 발언과 맞물려, 시장이 다음 연준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국채금리 3% 근접...베센트 발언도 영향

일본 채권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3%에 근접하며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WSJ는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뒤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오랫동안 초저금리와 완화적 통화정책의 상징이었다. 이런 일본에서도 10년물 금리가 3%에 접근했다는 것은 전 세계 금리 체계가 다시 높은 수준으로 재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은 일본 내 차입비용뿐 아니라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에서 자금을 회수하거나, 엔화와 달러 자금 흐름이 변할 경우 미국과 유럽 채권시장에도 파급이 생길 수 있다.

나스닥 하락 주도...주식시장도 압박

채권금리 상승은 미국 주식시장에도 부담을 줬다.

이날 미국 증시는 하락 출발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51% 내린 52,917.05를 기록했고, S&P500은 0.64% 하락한 7,637.18을 나타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3% 떨어진 26,099.00으로 낙폭이 더 컸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성장주와 기술주가 특히 큰 압박을 받는다. AI 투자 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기술주들은 장기금리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아시아 증시도 부진했다.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은 홍콩 증시 상장 첫날 기대보다 약한 흐름을 보였다.

채권 매도세가 던지는 신호

이번 글로벌 채권 매도세는 시장이 세 가지 위험을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는 인플레이션 위험이다. 중동 충돌과 유가 상승이 물가를 다시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둘째는 재정 위험이다. 미국과 주요국의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국채 공급이 늘고,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는 정책 불확실성이다. 워시 의장 체제의 연준은 향후 금리 경로를 덜 예고하려 하고 있고, 일본은행 등 다른 중앙은행들도 긴축 압박을 받고 있다.

이 세 요인이 겹치면서 채권시장은 단순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국채 가격의 재평가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론: 고금리 압박, 다시 시장 중심으로

9월 첫 거래일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에는 다시 채권금리가 자리 잡았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향했고, 일본 10년물 금리는 1996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독일과 프랑스 국채금리도 수년 만의 고점으로 올랐다. 유가는 미·이란 충돌 여파로 상승했고, 주식시장은 특히 기술주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

시장 흐름은 분명하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 더 많은 국채 발행, 더 불확실한 중앙은행 정책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정부와 기업의 차입비용은 오르고, 고평가 기술주에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유가를 자극하고,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 채권시장 불안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매도세는 단순한 하루짜리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다시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