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5만명 역내 유지, 함정 19척 투입...트럼프는 경제 압박 지속하며 군사 옵션 확보

미국 국방부가 중동 지역 미군 배치를 조용히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단기간에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군사 운용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장기 대치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은 중동에 배치된 일부 미군의 주둔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개방형 군사 전략의 일부로, 현재 미군 약 5만명이 중동 지역에 배치돼 있다.

피트 헤그세스
(헤그세스 전쟁장관. 자료화면)

미국은 이란 미사일 요격, 호르무즈 해협 상업 선박 보호, 이란 항구와 연안 지역 봉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선택할 경우 더 큰 규모의 공격 작전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빠르고 결정적 타격" 약속과 달라진 현실

미국이 6개월 전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시작했을 때, 헤그세스 장관은 장기 개입을 피하는 빠르고 결정적인 타격을 약속했다.

그러나 전쟁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싸고 계속 충돌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란은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에도 라락섬 발사대 타격,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 등 제한적 군사 충돌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의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이란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지금 우리의 위치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거의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그들의 경제는 완전히 붕괴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 '전쟁 종료 선언'도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 이란전 종료 선언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으로 전쟁 종료 선언 아이디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군사 태세는 종료보다는 장기 대치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압박을 계속 유지하면 이란 정권이 결국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거나 붕괴할 것이라고 참모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들은 이란전이 최근의 보복성 공격 수준을 넘어 더 확대될 경우,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결정을 할 때 선거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중동에 함정 19척, 항공모함 2척 배치

미 해군도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미국은 현재 중동 해역에 함정 19척을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항공모함 2척과 유도미사일 구축함 13척이 포함된다. 이들 함정은 이란 항구 봉쇄와 호르무즈 해협 선박 보호 작전의 핵심 전력이다.

USS 델버트 D. 블랙(USS Delbert D. Black), USS 스프루언스(USS Spruance) 등 일부 구축함은 이란전 초기 공격 작전을 위해 중동에 파견됐다. 그러나 지금은 봉쇄 작전에 투입되며 수개월씩 해상에 머물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형 구축함 승조원들은 한 달가량마다 휴식 기회를 갖지만, 이번 작전에서는 장기간 바다에 머무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모함 장기 배치도 이어져

이란전은 이미 현대 미 해군 역사상 가장 긴 배치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USS 제럴드 R. 포드함(USS Gerald R. Ford)은 지난 5월 귀환하기 전까지 11개월간 해상에 있었다. 이는 소련 붕괴 이후 가장 오래 배치된 항공모함 기록이다.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USS Abraham Lincoln)도 장기 배치 끝에 귀환 중이다. 링컨함은 286일간 해상에 있었고, 200일 넘게 전투구역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최근 태국에 입항해 승조원들이 9개월 만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휴식을 갖기도 했다.

USS 시어도어 루스벨트함(USS Theodore Roosevelt) 승조원들도 평소보다 긴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들은 이 항모가 중동으로 갈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최종 목적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만약 이란 작전에 투입될 경우, 내년 봄까지 중동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병력 피로와 정비 적체 우려

장기 배치는 장병과 가족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방공부대는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고강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WSJ가 인용한 관계자에 따르면 육군 방공부대의 표준 배치 기간은 기존 9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났다. 일부 부대는 원래 유럽이나 태평양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중동으로 전환됐고, 이미 1년 넘게 배치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사일방어 프로젝트 책임자 톰 카라코(Tom Karako)는 방공부대의 작전 템포가 전쟁 전부터 미군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며, 배치 연장은 장병 피로와 장비 정비 지연, 장기 현대화 노력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정 정비 문제도 커지고 있다. 장거리 작전과 장기 배치는 향후 선박 정비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지보수 적체를 해소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 보급망 차질도 부담

중동 지역 보급망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투 상황 때문에 미 해군은 중동 지역 내에서 정상적인 재보급을 받기 어려워졌고, 대신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Diego Garcia) 기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에고가르시아는 미국과 영국이 함께 사용하는 외딴 군사기지다.

이로 인해 승조원들에게 전달되는 우편물과 위문품, 함정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장기간 함정 안에 머무는 장병들에게 우편물과 짧은 상륙 휴식은 정신적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보급 거리가 길어지고 기항 기회가 줄어들면서 승조원들의 고립감과 피로는 더 커지고 있다.

82공수사단도 2027년까지 남을 가능성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일부 병력도 2027년까지 중동에 남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가 확인한 가족 대상 군 지휘부 서한에는 장기 배치가 모든 가정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 사실을 가볍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중동 배치 연장이 해군이나 방공부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란과의 충돌이 이어지는 동안 지상군 일부도 장기간 대기 전력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섬 장악·핵시설 폭격 옵션도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참모들로부터 새로운 군사 옵션도 보고받았다.

여기에는 공습 확대, 호르무즈 인근 이란 섬들을 점령하기 위한 지상군 투입, 은밀한 핵 관련 작업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요새화 시설 '픽액스 마운틴(Pickaxe Mountain)' 폭격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작전은 상당한 군사 자산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중동 지역에 대규모 전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단순 방어 목적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즉각 공격 옵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Bryan Clark) 선임연구원은 항공모함을 계속 중동에 두려는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투가 확대될 경우 강력한 공격 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장기 지속을 염두에 두고 전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이 수준을 유지하려면 다른 지역에서의 미군 존재감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향후 1년 동안 이란이 미군 태세의 중심이 되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국방부 "대통령에게 다양한 옵션 제공"

국방부는 구체적인 병력 배치 연장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통수권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도 작전 보안을 이유로 논평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기자들에게 미군은 언제든 추가 타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새 지뢰를 설치하려 했을 때 미국이 공격한 것처럼, 앞으로도 필요하면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을 보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가 보지 않고는 화장실에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단기전 공언했지만 장기전 체제로 전환

미국의 중동 군사태세는 이란전이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계속 미국의 통제에 도전하고 있고, 양측은 제한적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그 결과 미군은 5만명 병력, 19척의 함정, 방공부대, 전투기 편대, 공수부대를 중동에 유지하고 있다. 일부 배치는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해군과 육군 모두 장병 피로와 정비 적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처음에는 빠르고 결정적인 작전을 약속했지만, 현재의 군사 운용은 장기 압박전과 확전 대비 태세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료 선언을 검토하면서도 동시에 언제든 추가 타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배치 연장은 미국의 이란 전략이 아직 결론에 이르지 않았다는 신호다. 경제 압박이 통할지, 이란이 더 강하게 반격할지, 미국이 제한적 충돌을 넘어 더 큰 군사작전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동의 미군 부담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