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지역이 폭염과 이례적인 고습도가 겹치며 체감온도가 극도로 치솟았다고 LA타임스는 9일(수)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남가주 넓은 지역의 낮 기온이 화씨 100도(섭씨 약 38도)를 넘어섰고, 여기에 습도까지 더해지면서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5~10도 더 높게 느껴졌다. 국립기상청(NWS) 옥스나드 사무소가 이 같은 관측치를 내놨다.
기후과학자 대니얼 스웨인(Daniel Swain)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오후 늦게 정점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며 "이번 습한 폭염은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국립기상청 옥스나드 사무소 소속 기상학자 브라이언 루이스(Bryan Lewis)도 "습도와 무관하게 오늘 기온 자체가 극한 폭염 경보 수준"이라며 "다만 습도가 불쾌감과 '체감' 더위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염은 애리조나에서 유입된 강한 상층 고기압 능선과 북쪽·동쪽에서 불어오는 역내 기류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두 요인이 겹치면서 포인트 콘셉션(Point Conception) 이남 지역은 평년보다 약 8도, 이북 지역은 무려 10~15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해변 지역 최고기온은 화씨 80도대 중후반, 해안 나머지 지역은 90도대, 내륙 계곡 지역은 100~108도까지 올랐다. 해가 진 뒤에도 밤사이 기온이 불쾌할 정도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보돼, 남가주 주민들은 밤에도 이렇다 할 더위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례적인 고습도는 열대폭풍 '마리(Marie)'의 잔여 수분과 해상에서 유입된 따뜻한 공기가 맞물린 결과로 전해졌다. 루이스는 LA·벤투라 카운티 대부분 지역의 이슬점 온도가 화씨 70도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국립기상청 기준으로 이슬점이 55도 이하면 쾌적하게, 65도 이상이면 후텁지근하게 느껴진다. 옥스나드 사무소는 이슬점이나 상대습도에 대한 별도의 과거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루이스는 "내 기억으로는 대체로 50도대 중반에서 60도대 초반 사이였다"며 "이슬점이 10~15도만 차이 나도 체감상 상당히 극적인 차이"라고 말했다.
◇ "습도, 이번 폭염을 더 위험하게 만들어"
LA 카운티 보건당국은 이번 습도가 과거 폭염 사례들보다 이번 더위를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온열질환 위험이 높아진 상태다. 보건당국은 모든 주민에게 오후 시간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냉방시설을 갖춘 공간을 찾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기저질환자, 고령자, 임산부, 어린이, 냉방시설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각별히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UC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 소속 기후변화 역학자 타릭 벤마르니아(Tarik Benmarhnia)는 지역에 따라 사람 몸이 특정 기후에 생물학적으로 더 적응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짚었다. 그는 실제 차이는 생활방식, 주거형태, 지형적 여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플로리다 마이애미나 뉴올리언스 같은 곳에서는 이런 더위가 주민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고, 사회 시스템 자체가 이런 유형의 폭염에 맞춰 짜여 있다"며 "그래서 그런 지역사회가 더 회복탄력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지중해성 기후 특성상 역사적으로 냉방이 필요하지 않았던 탓에 많은 주택과 임대주택에 에어컨이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LA 카운티 대부분 지역—말리부 해안부터 샌퍼낸도밸리, 남쪽으로는 팔로스 버디스 힐스에 이르기까지—에 목요일까지 극한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이다.
◇ 몸에 가해지는 부담…전문가 "피부 적시기로 대응해야"
UCLA 데이비드 게펀 의과대학 겸 필딩 공중보건대학원 교수 데이비드 아이젠먼(David Eisenman) 박사는 이런 불안정한 기상 조건이 신체 핵심체온을 유지하려는 몸에 추가적인 열 스트레스를 가한다고 설명했다. 사람 몸은 화씨 98.6도(섭씨 37도)를 유지하려 하는데, 바깥 기온과 습도가 함께 오르면 이 체온을 지키기 위해 몸이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벤마르니아는 공기 중 수분이 체온 조절에 필수적인 땀 배출을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막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체 체온조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탈수, 심장 부담, 과열 위험이 뒤따른다고 경고했다.
아이젠먼 박사는 신체를 최대한 안정적인 체온에 가깝게 유지하도록 돕는 방법으로 '피부 적시기'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분무기로 얼굴, 목, 팔뚝에 직접 물을 뿌려 5~10분마다 반복해 피부가 눈에 띄게 젖은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또 옷을 찬물에 적시거나 얼음물에 적신 차가운 수건을 몸에 대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산악지역엔 뇌우·홍수 위험도
당국은 이날 오후까지 LA·벤투라 카운티 산악지역에 소나기와 뇌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예보관들은 폭풍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수분량이 풍부해 이날 오후부터 저녁 초반까지 산악지역 전역에 홍수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기상 예보관들은 목요일에는 기온이 5도가량 떨어지지만 높은 습도는 하루 종일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루이스는 금요일이 돼야 지역이 또 한 차례 냉각 추세에 접어들어 기온이 추가로 5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보다 더 큰 안도감은 습도 하락에서 올 것이라며, 공기 중 수분량이 "평소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에 훨씬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금요일부터 체감이 시작될 것이고, 그때부터 그 진짜 습한 열대성 공기도 서서히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