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토) 미국 연방판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재난관리청(FEMA) 인력 절반 감축 지시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수전 일스턴(Susan Illston)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11일 국토안보부(DHS)가 FEMA의 인사 권한을 장악하고 재난 대응 인력 수천 명을 감축하도록 압박한 것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FEMA는 DHS 산하 기관이지만,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제정된 연방법은 국토안보부가 FEMA의 "권한, 책무, 기능을 실질적으로 또는 현저히 축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스턴 판사는 국토안보부가 지난해 재난 발생 시 출동하는 비상근 예비인력 수천 명의 임시 계약 갱신을 막으려 시도하면서 이 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러한 방침 급변이나 이후 국토안보부가 FEMA의 계약 갱신 권한에 부과한 조건들에 대해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기록상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는 구체적인 구제책이나 제재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스턴 판사는 이에 대해서는 다음 달 별도 판결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혔으며, 소송 당사자들에게 오는 10월 9일까지 "남아 있는 구제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소송을 제기한 노동조합 측은 이번 감축 계획이 FEMA의 핵심 재난 대응 임무를 훼손하며,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고, FEMA 관계자가 아닌 당시 크리스티 놈(Kristi Noem) 국토안보부 장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FEMA가 적정 인력 수준을 결정할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FEMA를 폐지하고 각 주(州)가 자체적으로 재난 대비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스턴 판사는 지난 6월에는 FEMA가 감원 계획을 적어도 일시적으로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며 즉각적인 감원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는 FEMA가 감원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판사에 따르면 FEMA는 내년 회계연도 인력 규모를 1만1383명, 즉 기존의 약 절반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수치를 산정한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폭스뉴스 디지털은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구하기 위해 국토안보부와 FEMA에 연락을 취했으나 즉각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FEMA 대변인은 더힐(The Hill)에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국토안보부) 마크웨인 멀린(Markwayne Mullin) 장관의 지도 아래 국토안보부와 FEMA는 2026년 허리케인 시즌에 대비해 준비돼 있다"며 "FEMA는 본부와 지역 사무소 전역에서 경험 있는 지도부와 지원 인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직위도 경험 있는 리더십 없이 비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일스턴 판사는 별도 판결에서 FEMA와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이 개인 휴대전화의 시그널(Signal) 메신저 앱을 이용해 인력 감축 문제를 논의하고 이후 해당 메시지를 삭제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판사는 이 메시지들이 소송과 관련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삭제된 시그널 메시지가 피고 측에 불리한 내용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판사는 이 메시지들이 위법 행위를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판결과 별개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둘러싼 상반된 결정을 내놓은 바 있다. 트럼프 대 슬로터(Trump v. Slaughter) 사건에서는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트럼프 대 쿡(Trump v. Cook) 사건에서는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단독으로 해임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들 판결은 행정부 권한과 독립 기관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