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차기 공교육감(superintendent of public instruction) 선거가 형식상 무당파 선거임에도 실제로는 진보 진영과 친트럼프 보수 진영이 정면충돌하는 정치전으로 변질됐다고 LA타임스가 14일(월)보도했다. 두 후보 모두 학교 이사회 의장 출신이지만, 한 명은 캘리포니아 민주당 진보 진영과, 다른 한 명은 친트럼프 공화당 세력과 손잡고 약 570만 명에 달하는 캘리포니아 아동 교육의 미래를 놓고 상반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민주당 후보인 리처드 바레라(Richard Barrera)는 노조 조직가 출신이자 진보 정치 이력을 앞세워 예비선거에서 다른 민주당 후보 6명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그는 캘리포니아교사협회(California Teachers Assn·CTA)로부터 500만 달러 넘는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공화당 후보 소냐 쇼(Sonja Shaw)는 자신이 직접 키워온 보수 교육운동의 지지를 등에 업고 부상했다. 그는 MAGA 계열 단체, 기독교 민족주의 세력, 반(反)성소수자 단체들과 연대하는 동시에 주류 공화당 지지층까지 결집시켰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주 의회가 최근 교육감의 권한 상당 부분을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의 진보적 정책을 강하게 겨냥하는 가운데 주민들이 공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가늠하는 풍향계로 여겨지고 있다고 매체는 짚었다.
◇ 진보 vs 보수, 극명하게 갈린 비전
샌디에이고통합교육구(San Diego Unified) 이사회 의장인 바레라는 지난 2월 캘리포니아 민주당 전당대회 무대에서 CTA의 지지에 감사를 표한 뒤, 학생 성적 향상과 교사 임금 인상, "노조 노동자들이 지은 친환경 지속가능 학교" 건립 등 샌디에이고에서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학교 민영화를 시도하는 "다운타운 공화당 재계 세력"을 비판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이 미등록 부모를 둔 캘리포니아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조직화해 트럼프에 맞서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폐지해 학생들이 누릴 자격이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두 달 뒤 열린 한 행사에서 치노밸리통합교육구(Chino Valley Unified) 이사회 의장인 쇼는 자신을 신이 지켜주기 때문에 "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엄마이자 "싸움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상대 진영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학교 폐쇄와 마스크 의무화를 밀어붙였고, 지금은 다른 학생들의 권리를 희생시켜가며 트랜스젠더 학생 권리를 옹호하는 캘리포니아 진보 세력으로 규정했다.
쇼는 자신이 정치에 뛰어든 계기로 MAGA 계열 단체인 '맘스 포 리버티(Moms for Liberty)'를 꼽았다. 이 단체는 현재 진행형인 구조적 인종차별 교육에 반대하고, 다양성 프로그램을 차별로 규정하며,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관한 교실 수업에 맞서온 조직이다. 쇼는 또 1년 전 당시 주 하원의원이었던 빌 에사일리(Bill Essayli)로부터 교육감 출마를 권유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에사일리는 현재 로스앤젤레스 지역 연방검사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한 지역 우군 중 한 명이다. 쇼는 "그때 그냥 웃었다. '나요? 이 축구 엄마가요? 정말로요?'라고 했다"며 신과 가족과 상의해야 한다고 답했더니 에사일리가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했다고 전했다.
선거 유세에서 겸손하게 "저요?"라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쇼는 자신의 메시지가 양당 지지자 모두에게 통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교육감이 되면 이 자리를 여론 확산의 발판(bully pulpit)으로 삼아 지지 기반을 당파를 넘어 넓히고, 자신이 실패했다고 보는 주의 진보적 학교 정책에 내부에서 맞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감 권한 대부분을 주지사 임명직에게 이관한 새 주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육학 교수 모건 폴리코프(Morgan Polikoff)는 쇼가 당선되려면 "반(反)성소수자 정서에만 이끌리지 않는 유권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지지 기반을 극적으로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주 교육감 토니 서먼드(Tony Thurmond)의 고위 보좌관인 바레라는 최근 주 성소수자 단체 이퀄리티 캘리포니아(Equality California)가 주최한 행사에 캘리포니아 교육부 대표로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는 각 학군의 성소수자 정책과 자원을 평가했는데, 샌디에이고통합교육구는 높은 등급을 받은 반면 치노밸리통합교육구는 이 자율 평가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퀄리티 캘리포니아 사무총장 토니 황(Tony Hoang)은 쇼를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위협이 되는 인물로 규정하며, 바레라에 대해서는 "학교를 더 안전하고 포용적으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해온" 경력을 평가해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보수 성향 싱크탱크 캘리포니아정책센터(California Policy Center)의 랜스 크리스텐슨(Lance Christensen)은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바레라가 "계속 CTA의 하인이자 대변인 노릇을 할 것"이라며, 쇼는 "너무 오래 방치돼온 교육정책의 기본적 문제들을 짚고 있다는 점에서 상식, 혹은 더 나은 표현으로 양식(良識)의 회귀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 자금력에서 앞선 바레라
바레라는 예비선거에서 다른 민주당 경쟁자들을 꺾은 것이 상당 부분 CTA 덕분이라고 인정하며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샌디에이고 교육자들과의 "오랜 협력 관계"와 공교육에 대한 신념도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쇼는 보수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39만9000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다. 바레라의 예비선거 모금액은 27만4000달러였다. 예비선거 이후 바레라 캠프는 최소 34만 달러를 추가로 모금한 반면, 쇼 캠프는 10만4000달러에 그쳤다.
다만 정작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부분은 외부 단체가 특정 후보를 위해 지출하는 '독립지출(independent expenditures)'이다. 바레라는 다른 민주당 후보 없이 주 내 상당한 규모의 진보 표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게 되면서 이미 가을 본선 유력 승자로 꼽히고 있으며, CTA가 우편물·문자 캠페인·TV·라디오·신문·디지털 광고 비용 등을 대거 지원하면서 막대한 재정적 우위를 누리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 쇼: 축구 엄마에서 MAGA 전사로
44세의 치노(Chino) 출신인 쇼는 피트니스 트레이너와 사진작가로 일해온 어머니다. 팬데믹 당시 학교 폐쇄와 마스크·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면서 학교 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당국자들과 맞서고 학교 정책에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나는 끈질기다. 절대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 치노밸리통합교육구 이사회에 당선된 쇼는 그해 선거 주기에 주 전역에서 의석을 차지한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극우 성향 후보들의 작은 물결의 일부였으며, 이후 빠르게 교육 이슈에 관한 보수 진영의 대표적 목소리로 자리 잡았다.
쇼는 이민 단속 요원의 학교 내 활동 문제에 대해서는 학군의 관할 밖 사안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반면 교육 분야에서 노조의 영향력은 강하게 비판해왔다. 또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학교 선택권(school choice)' 반대 움직임을 맹비난하며, 차터스쿨과 홈스쿨링 등 "대안적 학습 모델"이 가정들에게 중요한 "생명줄"이라고 주장했다.
쇼는 성소수자 이슈에도 집중해왔다. 트랜스젠더 학생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춰 운동경기에 참여하고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주법에 반대해왔으며, 학교 관리자가 학생의 성별 표현이나 대명사 변경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한 주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도 맞서 싸웠다. 또 성적으로 노골적이라고 판단되는 구절이 담긴 도서관 서적의 금지도 지지했는데, 비판자들은 이 정책이 사실상 성소수자 관련 도서를 겨냥한다고 주장한다. 쇼는 이를 부인했다.
이와 별개로 쇼는 온라인에서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트랜스젠더 청소년 운동선수들에 대한 항의를 주도했다. 여기에는 주루파밸리고등학교(Jurupa Valley High School)의 육상 스타 AB 에르난데스(AB Hernandez)도 포함됐다. 쇼는 에르난데스의 경기 출전에 항의하기 위해 육상 경기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에르난데스의 어머니는 이를 위협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쇼는 또 시스젠더 고교 운동선수들을 대신해 연방 민권 소송을 제기했고, 이들의 진정서 작성을 돕기도 했다. 여기에는 에르난데스의 팀 동료 일부도 포함됐는데, 쇼에 따르면 이들은 트랜스젠더 동료 선수들과 경주·시상대·운동시설을 공유하는 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쇼는 에사일리가 최근 제기했다가 패소한 주의 트랜스젠더 스포츠 정책 관련 소송에 대해서는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쇼가 항의해온 것과 같은 고교 선수들의 출전을 근거로 제기됐다. 다만 그는 당선될 경우 이런 문제에 대해 연방 당국과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그 자리에 있는데 연방정부에 전화하지 않을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에사일리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바레라: 노동으로 다져진 이력
59세로 다 큰 자녀를 둔 바레라는 2008년부터 샌디에이고통합교육구 이사회 위원을 지냈으며, 수십 년간 노조 조직가로 활동해왔다. 쇼와 마찬가지로 교사 경력은 없지만, 그는 자신의 조직화 경험이 교사 노조와 노동단체들이 선택한 후보로서 자연스러운 자격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에서 "교육자의 목소리가 가장 강력하게 나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노조는 파트너이며, 앞으로도 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목소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에 바레라는 유나이티드 도메스틱 워커스(United Domestic Workers)와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워커스(United Healthcare Workers)의 지역 조직가로 활동했고, 이후 진보 성향 친노동 단체인 ACORN의 출라비스타(Chula Vista) 지부 설립을 도왔다. 그는 캘리포니아 공교육이 실패하고 있다는 주장을 거부하며, 학생들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과 교육자들이 "학생들에게서 최고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른 서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바레라는 샌디에이고 교육위원회를 보수 우위 조직에서 진보·노조 연합 성향 조직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 한때는 호텔 노동자를 지지하며 5일간 단식투쟁에 동참하기도 했다.
바레라는 오랫동안 학교 이사회 위원으로서 받는 연간 약 2만 달러의 수당과 건강보험 혜택을 노조 관련 외부 업무로 보충해왔다. 2013년에는 샌디에이고·임페리얼카운티 노동협의회(San Diego and Imperial Counties Labor Council) 사무국장·재무담당으로 임명돼 연 약 11만 달러를 받았다. 이 협의회에는 샌디에이고통합교육구 직원노조들이 포함돼 있어, 비판자들은 바레라가 학교 이사회 위원으로서 협상 테이블 반대편에 있는 노조로부터 노동협의회 급여를 받는 명백한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바레라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자리로 옮겨 UFCW 지부 135(UFCW Local 135)의 사무국장·재무담당을 맡았다. 이곳은 학교 직원이 아닌 식료품점·약국·카지노·공장 노동자를 대표하는 샌디에이고 지역 최대 민간부문 노조로, 그는 2인자 자리에 올랐다. 이 시기 바레라의 직속 상사였던 미키 캐스패리언(Mickey Kasparian)은 성희롱 혐의를 받았으나 이를 부인했고, 고소인 3명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합의금을 받았다. 바레라 본인은 성비위 혐의를 받지 않았지만, 2018년 캐스패리언과 함께 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들어선 노조 지도부(현재까지 유지)는 바레라가 캐스패리언에 맞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며 그의 교육감 출마에 반대하고 있다. 바레라는 이런 비판을 "10년 묵은 노조 내부 리더십 다툼"의 일부로 치부했다.
2021년 팬데믹으로 문을 닫았던 학교의 재개 시기와 방식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던 당시, 바레라는 지역 교사노조와 보조를 맞췄다. 그가 속한 교육위원회는 전 직원 백신 의무화를 승인했고, 교사들이 백신을 완전히 접종할 기회를 가진 뒤에야 대면 수업을 재개하도록 조건을 걸었다.
오늘날 바레라는 정책 면에서 CTA와 거의 완전히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가 유일하게 내놓는 비판은 새크라멘토에서의 CTA 로비 활동이 현장의 요구와 더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는 것인데, CTA 지도부도 이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그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