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중소형 전세 수요가 넘치고 대형 전세 수요가 줄자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당초 원하는 주택형보다 큰 아파트로 갈아타는 '주거의 상향 이동'도 나타나고 있다.

9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의 공급면적 132∼165㎡(40∼50평형)미만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1억8449만원 선이다.

이는 더 큰 면적인 165∼198㎡(50∼60평형) 미만 전셋값인 1억6321만원에 비해 2000여만원 더 높은 가격이다.

또 198㎡ 이상(60평형 이상)의 평균가인 1억4887만원에 비해 3500만원 이상 비싸다. 특히 198㎡ 초과 대형 전세가격은 99∼132㎡(30∼40평형)의 중형 전셋값(평균 1억5085만원)보다도 낮았다.

김포시도 132∼165㎡(40~50평) 미만 평균 전세가격이 1억9620만원으로 198㎡ 초과(60평형 이상) 전세가격인 1억9655만원과 거의 같았다.

오산·하남·수원시는 198㎡ 초과(60평형 이상) 전셋값이 165∼198㎡ 미만(50~60평형) 평균 전세가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북권에서는 대형 아파트 중심으로 전세가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노원구의 전세 가격은 165∼198㎡ 미만(50~60평형)이 3억8759만원인데 비해 198㎡ 초과(60평형 이상)는 2억7753만원으로 큰 아파트가 오히려 1억1000만원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랑구는 165∼198㎡(50~60평형) 미만의 가구당 평균 전세가 2억9366만원으로 132∼165㎡(40~50평형) 미만 전세 평균인 3억812만원보다 낮았다.

실제 파주시 금천동 금촌풍림아이원 125㎡(38평형)와 154㎡(46평형)는 전셋값이 각각 1억8000만∼2억원 사이로 시세가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이처럼 중소형과 대형 아파트의 전세가격 차이가 적거나 대형이 더 싸게 형성되자 전셋집의 크기를 당초 계획보다 넓혀가는 ‘상향 이동’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파주시 금촌동 S공인 관계자는 "중소형 전세는 수요가 많다 보니 물건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며 "대형과의 가격 차이도 거의 적다 보니 드물긴 하지만 소형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크기를 늘려 중형으로, 중형 수요자는 대형으로 넘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전세난이 심화될수록 이러한 주택형 넓혀가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위원은 "중소형은 전세물건이 부족하고 주택형별로 가격 차이는 적다 보니 중소형, 또는 같은 대형 내에서 얼마든지 주택형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며 "특히 전세대출 문턱이 낮아진 것도 전세주택의 상향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