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인원 기자] = CCTV만으로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학대가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A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야간에 잠을 자지 않는 원생들에게 "네 OO 닮아 말을 안 듣니?"라는 폭언을 했다. C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고작 생후 10~19개월 된 유아에게 가만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찬송을 하라고 강요했다. E 어린이집에선 아동들을 재운 뒤 30분간이나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깨어난 만 2세의 어린이는 교사를 찾으며 20분 넘게 교실을 헤매다 오줌을 쌌다. 이 사례들은 모두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정부는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어린이집 CCTV 의무화"를 핵심으로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학대는 CCTV 설치로도 막을 수가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규제 처방보다는 어린이집의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교육교사의 질을 향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성학대, 정서학대, 방임 등 4가지로 나뉜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는 신체학대(30.9%), 성 학대(3.7%)보다 정서학대(37.6%), 방임(27.8%)가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장소를 어린이집으로 한정하면 정서학대와 방임의 적발사례는 확 줄어든다. 이는 어린이집의 폐쇄적인 환경으로 정서학대와 방임을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서학대와 방임은 CCTV 설치돼있다 해도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
정서학대에는 거부 혹은 경멸의 행위,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위, 고립시키는 행위, 착취 및 타락시키는 행위 등이 있다. 밥 먹는 속도가 느리다고 연령이 낮은 반으로 보내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든가 아동들을 집어서 밖에 버리겠다고 위협한 경우, 울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불 꺼진 화장실이나 방에 가두는 경우가 모두 정서학대에 해당한다.
방임에는 돌봄방임, 의료방임, 감독 방임 등이 있다. 상한 음식을 주는 경우,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을 제공해 아토피 증상이 심해지게 하는 경우, 곰팡이가 핀 장난감을 주거나 수족구에 걸린 아동을 등원시키는 경우, 실수로 어린이집 차량에 아이를 장시간 갇히게 하는 경우 모두 방임이다.
정서학대와 방임을 예방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직접적이고 상시로 어린이집의 운영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옥 덕성여대 교수는 "부모들이 어려움 없이 어린이집을 찾아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원웨이미러(One-way mirror·한쪽으로만 보이는 유리)를 설치해 부모들이 보육 상황을 볼 수 있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을 스트레스로 내모는 상황을 줄이고 자격부여·보수교육 체계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보조교사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