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주산지인 부산 강서구에서 불량 종자 때문에 기형 열매가 속출해 농민들의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산 종자 개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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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외국산 토마토 종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말미암아 비싼 가격을 주고도 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졌고, 결국 불량 종자가 유통된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낙동강 하류 강서구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는 특유의 새콤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이어서 다른 토마토보다 비싼 5㎏당 5만원대에 팔린다.

강서지역 토마토 농가에서는 염분이 많은 토양의 특성을 고려해 뿌리가 강한 일본 '토사마' 종자를 유독 선호해왔다.

400여 토마토 농가가 대부분 이 종자를 사용해왔는데 종자 공급처는 일본 사카다 종묘사로 일원화돼 있다 보니 매년 종자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파종 시기가 다가오는 6∼7월이면 종자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는 게 토마토 농가들의 말이다.

부산·경남에 있는 사카다 종묘사의 총판은 부산 화명동과 경남 김해 등 2곳.

종자 구매 대기자가 몰려 종자 1천개인 1작에 20만원 초반대에 형성되는 가격이 품귀 현상이 심할 때는 40만원대까지 치솟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파종 시기가 다가올수록 비싼 가격에 종자가 거래되는 일이 다반사였고 농민마다 구매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강 동동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토사마가 아니면 농사를 못 지으니까 종자 가격이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종묘사에서 농민의 이같은 심리를 이용해 공급량을 조절하며 가격을 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종자 수급 불균형 때문에 지난해에는 검증되지 않은 종자들로 교배된 불량종자가 농민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알음알음 퍼졌다.

불 량종자를 구입한 A(58)씨는 "가격도 20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하고 품종도 토사마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말을 듣고 구입한 농가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정품 종자만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했다.

이 때문에 강서지역에서 주로 파종되는 '토사마' 종자를 대체할 국내산 종자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여년 전 대부분의 딸기 종자는 '육보'나 '장희' 같은 일본 품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농업기관이 개발한 '설향'이나 '매향' 등 국산 신품종이 외국산 종자를 밀어내고 국내 재배 면적의 75%를 차지한 선례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경태 동아대 유전공학과 교수는 "농민들이 토사마 품종에 목을 매는 것은 그만큼 염분에 강한 국내 품종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학이나 연구소, 정부기관이 지역 특성에 맞는 품종을 개량해 불량종자 유통을 막고 종자 수입에 따른 농민과 국가의 로열티나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