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 사업가가 고안한 '만지는 시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시계는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촉각으로 시간을 만져 볼 수 있게 만들어졌는데 런칭 이후 국내 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두운 극장에서나 시간을 확인하기 곤란한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ike Us on Facebook
뉴욕타임스(NYT)도 26일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원타임(EWON Time)의 김형수 대표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시계 '브래들리 시계'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시각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려고 이 시계를 만들었지만 일반인에게도 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데 '눈으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시계의 개념을 바꿨다는 의미에서 이를 '손목시계(watch)'가 아닌 '타임피스(timepiece)'로 부른다.
'보다'라는 뜻을 가진 '워치(Watch)'가 아니라 눈으로 보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시간을 알 수 있는 도구라는 의미에서 '타임피스(Timepiece)'라 명명한 것이다.
손목에 착용하는 것은 똑같지만 이 시계는 시간을 시침과 분침처럼 돌아가는 시계 앞면의 구슬을 만져 알 수 있다.
일반시계처럼 손목에 착용하는 방식으로 시계 앞면과 측면에 동그랗게 파인 홈을 회전하는 두 개의 볼 베어링(쇠구슬)이 시침과 분침 역할을 맡고 있다. 쇠구슬은 시계에 내장된 자석에 의해 작동된다.
김 대표가 시각장애인용 시계를 구상한 것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재학 시절이다. 강의 중 한 시각장애인 친구가 '말하는 시계'를 차고 있었는데도 음성으로 시계에 시간을 물어보면 강의에 방해가 될까봐 그에게 자꾸 시간을 물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진짜 필요한 시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계 개발에 나선 김 대표는 처음엔 부피가 다소 큰 점자시계를 만들었다. 1분 단위로 점자가 표시된 시계였지만 시각 장애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외면을 받았다. 이들은 너무 크고, 재질과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시각 장애인들이 처음부터 물어보는 것은 시계의 크기, 재질, 색상이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시각 장애인들도 모양, 재질, 색상 등 디자인을 중시하며 자신들의 장애를 드러내지 않는 시계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김 대표는 새로운 형태의 시계를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그는 개발 비용이 부족해서 개발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수중에 있던 돈이 모두 떨어지자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 스타터(Kickstarter)에 만지는 시계의 취지를 소개하며 네티즌들의 동참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35일 간 4만 달러를 목표로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첫날에만 목표치였던 4만 달러가 모인 것을 비롯해 목표액의 15배에 달하는 총 60만 달러가 답지하는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이 펀드를 이용해 결국 만지는 시계를 만들어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다쳐 시력을 잃은 후 장애인 수영선수가 된 미군 출신 브래들리 스나이더 중위의 이름을 이 시계에 붙였다.
브래들리는 지난 2011년 아프간 복무 중 폭발물 공격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1년 뒤인 런던 장애인올림픽 수영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등 금 2개, 은 1개를 획득했는데, 킥스타터 프로젝트의 후원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브래들리 시계가 비단 장애인들만이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눈으로 보지 않고 시간을 촉감으로 인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런던디자인박물관이 '시각장애인들의 일상과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제품'이라는 평가 속에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했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다.
김 대표의 브래들리 시계를 영구전시품으로 채택한 런던디자인박물관의 올리버 쿡 큐레이터는 "시간을 만지는 것은 지난 수세기 동안 진화해 왔다. 브래들리 시계는 새로운 발명품으로 봐도 좋을만큼 특별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NYT는 터치 방식의 시계는 계속 사용되지 않았을 뿐, 그러한 개념은 16세기와 18세기에 서구에서 등장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만지는 시계의 효시는 16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이 시계는 덮개가 없어서 시침과 분침의 위치를 만지는 방식이었는데, 1790년대 후반에는 뒷면에 화살표가 돌아가는 것을 통해 시간을 아는 좀더 정교한 형태의 시계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