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와 맞물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잘못된 현재의 '팁(Tip) 문화'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관련 법안까지 상정한 상태다.
Like Us on Facebook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최근 팁을 받을 수 있는 음식점의 직원들에 대한 최저임금을 일반 근로자와 차등을 두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했다.
캘리포니아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9달러로 인상된 후 2016년 1월 1일 시간당 10달러로 인상될 예정인데, 팁 수입을 포함해 시간당 15달러(약 1만 6,000원) 이상을 받는 음식점 직원에 대해서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최저임금 추가 인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법안이 상정된 배경에는 미국인들의 팁 문화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팁은 보편화되어 있는데, 음식값의 약 15%~25% 수준이라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식당은 물론 미용실, 호텔, 스킨케어숍이나 택시를 타도 20% 안팎의 팁을 줘야 한다.
여기에다 팁이 식당과 호텔 등에서 서비스가 좋았거나 특별한 용건을 의뢰했을 때 얹어주는 '행하'(行下) 개념에서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일상생활의 '골칫덩이'로 변질된 것을 넘어 최근에는 터치스크린 결제방식 도입으로 강제성까지 띠면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LA에 있는 한 카페에서는 4달러(약 4,400원) 짜리 커피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아이패드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야 하는데, 결제 사인 창에 1달러(25%), 2달러(50%), 3달러(75%)의 팁 버튼이 표시되어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이 정도면 줘야 할 팁이 무서워 커피를 사먹기 힘든 수준이다.
물론 '노 팁'(No tip) 버튼도 있지만, 팁을 기대하는 종업원의 면전에서 이 버튼을 누르는 것은 쉽지 않다.
뉴욕에서도 택시비를 결제할 때 20%, 25%, 35%의 팁 버튼 가운데 하나를 눌러야 하고, 그 이하를 줄 때에는 팁 액수를 직접 입력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팁을 주는 것에 대해 부담을 넘어 불쾌함까지 느끼고 있다.
실제로 LA 한인타운의 일부 음식점은 차를 대리 주차하는 '발레 파킹' 서비스 팁을 2달러에서 3달러로 올렸다가 고객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호텔에서 방을 치워달라고 부탁하거나 체크아웃할 때 1∼2달러를 팁으로 놓고 나오는 관행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 세계 70여개 국에 3,400여 개의 체인을 가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호텔이 지난해 9월 객실에 '객실 청소부들의 노력에 정성을 부탁한다'는 문구가 적힌 봉투를 비치한 것이 발단이 됐다.
호텔의 객실 종업원은 팁을 받는 직종이 아닌 데다 이들의 평균 최저임금이 시간당 10.64달러로 연방정부 최저임금 보다 많다는 점에서 '팁 강요'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팁은 식당 업주와 종업원 간, 업주와 고객 간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도 되고 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업주가 자신도 주방에서 조리를 돕거나 방문하는 고객에게 서빙을 한다며 종업원들에게 주어야 할 팁 일부를 자신이 챙기거나 신용카드로 결제된 팁을 종업원들에게 되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게 생기고 있다.
업주와 고객 간에도 신용카드로 결제한 식사 값과 팁이 추후 자신이 결제했던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인출됐거나 서명을 한 영수증을 위조해 팁을 부풀리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팁이 골치덩이가 되면서 최근에는 '노 팁'을 선언하는 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팁을 따로 받지 않고 팁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식사 값에 포함해서 고객에게 받고, 이를 일정 비율로 업주와 종업원이 나누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팁을 식당에서 자체적으로 높게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자율권과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고객들이 스스로 원해서 팁을 내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