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22일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그녀의 '땅콩 회항' 지시에 대한 법적 판단은 끝나지 않았다.
'땅콩 회항' 사건 당시 1등석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담당했던 대한항공 여승무원 김도희씨가 미국 뉴욕법원에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7월 중순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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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조 전 부사장에게 강압적인 폭행과 폭언을 당해 심각한 물리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지난 3월 미국 뉴욕 퀸즈카운티 지방법원에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김씨는 미국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도 요구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가지고' 또는 '무분별하게' 재산 또는 신체상의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행한 경우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가해자에게 손해 원금과 이자만이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포함시켜서 배상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게 하는 전보적 손해배상(보상적 손해배상, Compensatory Damages)만으로는 예방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손해액을 훨씬 넘어선 많은 액수를 부과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한국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적기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한국에서 몇천만 원 밖에 못 받을 것도 미국에선 몇십만불(수억 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징벌적 대상이 인정될 수 있을지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은 미국 로펌인 '메이어 브라운(Mayer Brown)'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대리할 변호인으로 워터게이트 사건 특별검사팀의 일원이던 리처드 벤-베니스테(Richard Ben-Veniste) 변호사를 선임했다. 화려한 경력을 소유하고 유명인 인명사전인 후즈후(Who's Who) 미국판에 등재된 그는 1968년부터 1973년까지 뉴욕주 연방검사로 일했던 '전관'이다.
대한항공 측의 거물 변호사 선임은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요구한 김씨와의 소송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한편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한 뒤 비행기에서 쫓겨난 박창진 사무장도 미국 뉴욕에서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500억 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준비중이라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