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 지역의 한인회를 대표하는 미국 내 한인회장단의 연합체인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가 총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현 총회장과 전 이사장이 갈등을 벌이다 결국 두동강이 났다.

현재 이정순 25대 미주총연 총회장과 김재권 전 미주총연 이사장이 서로 26대 총회장으로 당선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져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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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미주총연이 필요한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재선을 노리는 이정순 25대 총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미주총연 집행부와 김 전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미주총연 조정위원회(위원장 이민휘)가 각기 다른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장을 선출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이 총회장 측이 정재준 25대 미주총연 이사장 대행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세우고 워싱턴D.C. 법원이 김 전 이사장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판결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이 총회장의 단독 출마 결정을 내린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 됐다.
 
미주총연 동북부연합회, 동중부연합회, 동남부연합회, 플로리다연합회, 서남부연합회, 서북미연합회, 중남부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정재준 이사장 대행을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정관을 위배한 것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 총회장 측은 지난 23일 일리노이 주 시카고 윈담 글렌뷰 호텔에서 137명(정회원 112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25차 미주총연 정기총회' 열고 이 총회장을 26대 총회장으로 인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선거관리위원회에 단독 입후보한 이 총회장을 이번 정기총회에서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인준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18일 제26대 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로 선관위로부터 당선 내정자로 발표됐었다.

선관위는 23일 시카고에서 열린 총회에서 이 당선자에게 당선증을 교부했다. 이날 이 총회장의 26대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총회장 취임식까지 개최됐다.

이에 맞서 미주총련 조정위원회는 26일 김 전 이사장이 26대 총회장으로 당선됐다고 공고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캘리포니아 주 LA 가든스윗 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김 전 이사장을 26대 총회장으로 인준했다.

임시총회에는 167명의 미주총연 정회원과 93명의 일반회원 등 260여명이 참석했다.

총연 산하 8개 연합회 회장 중 이계훈 동북부연합회장, 김태환 동중부연합회장, 이기붕 동남부연합회장, 조경구 플로리다연합회장, 박서경 서북부연합회장, 폴송 서남부연합회 회장 등 6개 연합회장이 서명한 '김재권 회장 지지 결의문'도 채택했다.

조정위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기홍)도 지난 22일 김재권 후보에게 제 26대 총연회장 당선증을 교부했다.

이로 인해 미주총연은 '한 지붕 두 가족'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양측간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감투욕에다 미주총연이 한국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까지 받으면서 총회장 자리를 놓고 자리 싸움이 벌어지게 됐다. 

재외동포재단은 지난해부터 미주총련에 매년 약 30만 달러(3억3,000만 원)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둘로 갈라진 단체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뉴욕한인회도 회장 자리를 놓고 1개월 가까이 집안 싸움을 빚고 있다. 김민선 회장과 민승기 회장이 각각 회장으로 자처하면서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미국의 최대 일간지인 뉴욕타임스가 '2명이 회장을 주장하면서 한인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뉴욕한인회 내분 사태를 비판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