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30분께 오리건주 로즈버그의 엄프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로즈버그는 포틀랜드로부터 남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시골의 소도시로, 용의자는 26세 남성으로 확인됐는데 기독교인들만 노리고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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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을 관할하는 더글러스 카운티의 존 핸린 경찰서장(셰리프)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정확한 정보"라며 "사망자가 10명, 부상자가 7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망자가 13명, 부상자가 약 20명이라는 엘런 로즌블룸 오리건 주 검찰총장의 앞선 발표와 일치하지 않는다.
7명의 부상자 중 3명 가량은 상태가 위중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이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이는 권총 3정과 라이플 1정을 수거했다.
용의자의 신원은 크리스 하퍼 머서(26)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머서는 방탄복을 착용하고 권총 3정과 소총 1정, 장시간 총격전을 벌일 수 있을 만큼의 많은 탄약을 소지하고 학교에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학교 건물 2개 동을 돌아다니면서 최소 2개의 강의실에서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머서와 총격전을 벌였으며, 이 와중에 머서는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 당국은 그가 사살됐는지, 아니면 자살한 것인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로즈버그 현지 일간지 '뉴스-리뷰' 인터넷판은 이 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던 학생 코트니 무어(18)의 말을 인용해 총알이 창문을 뚫고 바깥에서 날아와 강사의 머리에 맞았으며 그 후 범인이 글쓰기 교실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무어는 이어 범인이 다른 사람들을 엎드리게 한 후 차례로 일으켜 세워 무슨 종교를 믿는지 묻고 나서 총격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생존자인 애너스테이지아 보일란의 부친은 CNN을 통해 머서가 강의실에 들어와 교수를 쏘고 학생들 중 기독교인만 일어나게 한 뒤 '좋아, 너희들은 기독교인이니까 1초 뒤에 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해당 학생들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목격자의 가족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도 트위터를 통해 "범인이 '기독교인이냐'고 물어본 뒤 '그렇다'고 답하면 머리를 쏘고 '아니다'고 하거나 답을 하지 않으면 다리를 쐈다"고 적었다.
뉴욕데일리메일은 일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범인이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 신자인지 물은 후, 맞다고 답하는 이에게는 머리에 총을 쐈고, 아니라고 하거나 대답을 하는 이에게는 다리에 총을 쏘거나 총을 아예 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피해자들의 신원에 대해 함구 중이며, 머서가 이 학교 학생인지 여부나 이 학교와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머서가 기독교인만 구분해 살해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잇따라 범행 동기가 종교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머서가 데이트 사이트인 '스피리추얼 패션스'에 올린 프로필을 보면 인종은 '혼혈'이고 현재 대학생이라고 되어 있다.
'인터넷, 좀비 죽이기, 영화, 음악, 독서'를 자신의 취미라고 소개한 머서는 종교란에 '종교가 없다'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해서 적은 뒤 '하지만 정신적(Spiritual)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묘사했다.
또 이 사이트의 '조직화된 종교를 싫어하는 모임'에도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서는 영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은 다른 여성과 결혼해 이복동생을 낳았고, 그는 모친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토랜스 등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서 오래 살다 최근 오리건주로 이사를 갔다.
머서는 총기류와 과거 유명 총기 난사사건들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머서와 그의 어머니가 오리건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살았던 토랜스의 아파트 단지 이웃들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가 몇 년 전 총기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검은 상자를 옮기는 것을 목격했다고 털어놨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데이비드 웨슬리(45)는 바비큐 파티에서 머서에게 "총을 갖고 있느냐"고 묻자 구체적인 답변은 피하면서도 '사격연습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인정했다고 전했다.
머서는 소셜미디어인 마이스페이스에 총기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머서가 최근에 이사를 간 로즈버그도 총기 친화적인 곳으로 알려졌다. 로즈버그 시가 속한 더글러스 카운티는 약 300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전형적인 시골 마을로, 주민들은 숲에서 총을 이용해 사냥을 하는 데 익숙하며, 총기 규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로 인해 머서는 이곳에서 총기에 더 심취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머서는 또 온라인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서는 총기난사 사건을 여러 차례 언급해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8월 미 버지니아 주에서 발생한 '생방송 기자 총격사건'의 범인인 베스터 플래내건에 관한 글에서 "플래내건처럼 고독하고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람이 피를 쏟을 때 전 세계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더 많은 사람을 죽일수록 더 크게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범행 전날인 지난달 30일에는 미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서 발생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또 같은 날 밤 '4chan'이라는 게시판에 "만약 북서부에 있다면 내일 학교에 가지 말라"는 글을 올린 사람도 머서로 추정된다. 일부 네티즌은 그에게 범행을 부추기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머서는 온라인 활동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외톨이로 지냈다.
이 학교와 가까운 더글러스 카운티의 윈체스터에 거주하던 머서에 대해 이웃들은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아래층 이웃이었던 브론티 하트는 AP통신에 "(머서는) 정말 퉁명스럽게 보였다"며 "희미한 불빛 아래 발코니에서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곤 했다"고 전했다.
토랜스 지역 언론에 따르면, 그는 2009년 스위쳐 학습센터를 졸업했는데 이 학교는 학습장애가 있거나 정서적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다.
이웃에 살던 데릭 맥클레던은 LA타임스에 "그가 친구나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그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인터넷에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다"는 글을 올린 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머서의 한 친척은 그가 한때 미 육군에 몸담은 적이 있다며 전역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머서의 이웃 주민과 머서의 부친 이언 하퍼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며 용의자 신상정보를 모으고 범행 동기를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총기 참사가 발생한 학교 인근의 공원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양초를 켜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합창하면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이 사건에 관해 보고받은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서 일상이 되어가는 총기사건 해결을 위해 이제 정말로 뭔가를 해야 한다"며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 마련을 의회에 촉구했다.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주류연초총기화약국(ATF)은 수사를 돕기 위해 현장에 요원들을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