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회원들이 11월부터 원유생산량을 일일 200만배럴씩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큰 감산량으로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전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같은 결정에 대해 그 동안 산유국들의 증산을 촉구해 온 백악관은 즉각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OPEC+는 5일(현지시간) 월례 장관급 회의를 마친 후 낸 성명에서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일 원유 생산량의 약 2%에 해당되는 것으로 11월부터 원유 생산량은 하루 4185만배럴로 줄게 된다.
OPEC+는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감산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OPEC+가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결정했으나, 상당수 회원국이 현재 생산 기준치에 못 미치는 원유를 생산하고 있기에 실제 감산량은 하루 90만 배럴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OPEC+의 이와같은 결정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1.24달러(1.43%) 상승했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최근 3주간 최고치인 93.99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회의에 앞서 미국은 OPEC 회원국에 원유 감산을 강행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폭의 감산 결정이 나오자 백악관은 바로 비판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성명을 내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벌인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의 국제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받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에 OPEC+의 감산 결정에 대한 대책으로 다음달 비축유를 천만배럴 방출하기로 했으며, 의회와 OPEC의 원유 가격 담합에 대한 대책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 언급을 놓고 백악관이 지난 5월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 법안을 지지할 가능성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미 법무부는 OPEC+ 국가들에 대해서도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는 이번 감산 결정으로 가장 이득을 얻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감산 결정에 있어서 러시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가가 오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는 유럽의 결속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