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중국 내에서 반도체 '회색시장'이 성행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통상 회색시장은 합법과 불법의 중간에 있는 회색지대의 시장으로, 생산자의 공식 유통채널을 벗어나 물건이 매매되는 통로를 말한다.
이 통신에 따르면, 반도체 수요는 치솟는데도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회색시장에서 다급하게 반도체를 사들이고 있다.
중국 내 반도체 회색시장은 전부터 존재했으나 최근의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되면서 급격하게 커졌다고 통신이 전했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인해 회색시장이 중국내에서만 존재하거나 부각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체로 인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색시장에서 거래되는 반도체는 브로커들이 제조사들에 초과 주문을 넣거나 재고 반도체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일부 제품을 회색시장으로 빼내 판매하는 제품이다.
브로커들은 반도체 칩 판매 수수료를 받거나 물량을 확보했다가 두고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낸다. 사재기는 불법이라 중국 정부의 단속 대상이다. 요즘같은 부족사태가 지속될 때에는 물량확보만 되면 바로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기에 단속 대상임을 알고 있어서 성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회색시장의 반도체 가격 조작 여부를 조사해 3명에게 총 250만 위안(약 4억9천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시장총국)은 반도체 사재기가 여러 법 조항을 위반하며, 브로커들이 중국 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악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반도체 회색시장을 단속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지만, 반도체가 품귀인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만으로 회색시장이 사라질 것같지는 않다. 또 품귀현상이 지속될 수록 당국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최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로 반도체 수급 상황은 더욱 악화하게되면 회색시장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 14nm 이하 로직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관련 장비 및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반발하여 중국 승용차협회(CPCA)는 미국의 수출 규제는 반도체 부족을 악화시켜 암시장 활성화를 조장할 뿐이며 시장에서 또 다른 공포로 작용하면서 반도체 공급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통상 80nm~100nm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으로 미국에서 수출규제하는 최첨단 제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