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에서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패션잡지 칼럼니스트였던 진 캐럴(79)를 성추행 의혹에 대해 민사소송 배심원단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버그도프굿맨 백화점 탈의실에서 진 캐럴이 성폭행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 캐럴의 주장이 "날조이자 거짓말"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법적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맨해튼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약 500만달러(약 66억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배심원단은 남성 6명과 여성 3명으로 구성됐으며, 9일(화) 3시간이 채 안 되는 심의 끝에 만장일치로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캐럴은 이번 평결 후 "오늘 마침내 세상이 진실을 알게 됐다"며, "이 승리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뢰받지 못해 고통받았던 모든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재판은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 소송이었기 때문에, 트럼프는 성범죄자로 등록되지 않는다.
캐럴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열린 2주간의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79세인 캐럴은 법정에서 평결이 낭독되는 동안 두 변호사의 손을 잡고 있었다. 배심원단이 손해배상 명령을 내리자 미소를 지었다.
76세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결이 내려진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대문자로 "나는 이 여성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I HAVE ABSOLUTELY NO IDEA WHO THIS WOMAN IS) "고 적었고, "이번 평결은 (미국의) 치욕이며 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의 연장선!(THIS VERDICT IS A DISGRACE- A CONTINUATION OF THE GREATEST WITCH HUNT OF ALL TIME)"이라고 썼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민사 사건의 입증 기준은 형사 사건만큼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지 않는다.
민사 소송의 경우 배심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폭행했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배심원단은 캐럴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행 및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했지만, 성폭행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성폭행 책임을 인정하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배심원단이 확신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