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이 막을 내렸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은 이미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큰 상처를 입은 듯 보인다.

국가의 기틀을 흔드는 '용병 쿠데타'란 사건에도 국민 다수가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용병들 편을 들면서 현 정권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탓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5일(일) "48시간 동안의 반란은 강력한 서치라이트처럼 군부의 분열과 현 정권에 대한 속빈 국민 지지, 흔들리는 정권 정당성을 비롯한 푸틴 정권의 어두운 속살을 비춰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매체는 프리고진이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은 시점으로부터 약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푸틴 대통령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데 주목했다.

폴리티코는 일단 프리고진을 '반역자'로 규정하면 즉각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휘하 군조직이 그런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바그너 그룹 소속 용병들이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정규군은 적극적으로 이들을 막기 보다는 오히려 묵인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육군 남부 군관부 사령부가 위치한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하면서도 어떠한 저항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바그너그룹이 일부 러시아군 소속 헬리콥터를 격추한 것을 제외하면 누구도 이들 용병을 공격하거나 제압하려고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군 최고위급 장성들이나 총리, 하원 주요정당 지도자, 모스크바 시장까지도 즉각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지 않고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고이 매체는 덧붙였다.

푸틴과 프리고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반응"이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로스토프나도누 주민들은 바그너그룹이 자신들이 사는 도시를 점령한 것을 규탄하긴커녕 물과 사탕 등을 건네주며 이들을 환영했다.

폴리티코는 "쿠데타와 혁명은 얼마나 많은 숫자가 궁전에 밀어닥치느냐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이가 그들을 옹호하느냐로 결정된다"면서 "러시아 민중은 이번 반란의 결과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오히려 그들을 환영했고 이는 (푸틴) 지지에 분명한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자신이 직접 나서기 힘든 '더러운 일'을 대신해 온 프리고진을 처분하기로 결심했고, 바그너그룹의 지휘권을 국방부에 넘기라는 명령을 거부한 상태였던 프리고진은 결국 반란 혐의로 총살되느니 군 지휘부와 맞서 싸우다 죽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다만,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퇴로'가 열리자 모스크바로의 진군을 멈추고 '망명'을 택했다.

폴리티코는 "반란은 이를 시작했던 자에 의해 끝났고 (푸틴의 권좌라는) 얼음은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것에 난 균열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