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용카드 대금이나 자동차 대출 연체가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고,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 보도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정부의 경기부양과 임대료, 학자금 대출 유예 등으로 저축했던 가계 자금을 대부분 사용한 저소득층의 고통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기에 몰린 저소득층은 신용카드에 의존해 자신들의 재정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현재 신용카드 계좌가 2019년보다 7천만개가 늘어났으며, 총 신용카드 부채의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천322조 원)를 돌파했다.
이와 함께 생필품 구매를 위해 선구매· 결제 서비스 이용도 올해 들어 2월까지 40%나 증가한 것도 위험 신호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메이시스나 노드스트롬 백화점 등 주요 소매업체들도 최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개인들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메이시스백화점의 애드리안 미첼 최고운영·재무책임자는 "2분기 연체율이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고 전했다.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둔화했지만 생활필수품 가격은 팬데믹 이전보다 상당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미국 소비자들은 재량 지출을 줄이고 할인점이나 온라인쇼핑 이용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물가가 이미 오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부채비용이 증가, 일부 소비자들은 갑자기 빚을 갚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뱅크레이트닷컴의 조사 결과 이미 사상 최고치인 20.6%를 기록한 신용카드 평균 이자율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3년 이상 중단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10월 재개될 예정인 데다 금융기관들은 상반기 은행 사태 이후 신용대출을 억제하고 있어 가계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됐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매니징 디렉터는 신용카드 연체율이 하반기에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금리상승과 학자금 대출 상환 이외에도 겨울철 에너지와 전기요금이 상승하면 일부 소비자의 부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전문가들은 또 금융위기 당시 이미 최고치를 기록한 자동차 대출 연체율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월가에서 '서브프라임'의 범주에 들어가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출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용정보기관 이퀴팩스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대출의 60일 이상 연체 발생률이 5%였으나 현재는 7%에 육박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마이크 브리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체율 상승에 대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증가 속도가 정상(속도)에 비해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