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부진...테슬라·알파벳, 실적 발표 후 9%대 주가 급락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실적 발표 후 약세를 보이면서 주가지수 하락 압력을 키운 가운데, 다음 달 2일 미국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실적 발표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끝나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대다수인 만큼, 이번 주 애플의 실적 발표와 미 국채 발행 계획 등에 따라 자산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시총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 7.2% 비중을 차지하는 애플의 이번 실적을 두고 시장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매출이 둔화하고 있고, 애플 매출은 4개 분기 연속 감소해 20여년 만에 최장 기록을 이어갈 전망이다.
또 주요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중국당국으로부터 세무·토지 조사를 받으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태다.
애플 주가는 지난 8월 4일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부진한 3분기 전망 여파로 4.8% 급락한 바 있다. 당시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매출도 2분기 매출 감소(1.4%)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때 종가 기준 세계 최초로 3조 달러(약 4천60조원)를 넘었던 애플의 시총은 2조6천300억 달러(약 3천559조원)로 내려온 상태다.
문제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간 전쟁 등으로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지면서 올해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빅테크 5곳 가운데 3곳의 주가가 실적 발표 다음 거래일에 하락 마감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시장 전망에 못 미치는 3분기 매출을 내놓은 뒤 19일 하루 주가가 9.3%나 급락한 220.11달러를 기록했고, 이후 207.30달러로 내려온 상태다.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분기 순이익과 매출이 모두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음에도 클라우드 매출에 대한 실망 등으로 25일 하루 주가가 9.51%나 떨어진 125.61 달러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122.17달러로 미끄러졌다.
투자 심리 약화 속에 S&P500지수는 3분기 실적 발표 시즌 돌입 후 11거래일 동안 9번 하락했고, 이 가운데 1% 넘게 떨어진 날이 4번이나 됐다. 이 기간 S&P500지수는 5.3%가량 빠진 상태다.
자산운용업체 스튜어드 파트너스의 에릭 베일리는 올해 강세를 보였던 미국 주가가 하락 명분을 찾고 있다면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빅테크 투자에 대한 상방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에버코어 ISI의 리치 로스는 "거시 변수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실적 실망에 대한 반응이 평소보다 더 부정적"이라면서 "지금뿐만 아니라 내년에 대한 불확실성도 반영하는 것"이라고 봤다.
반면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팀 헤이스는 금리 변수에 따른 주식 하락은 과매도 구간이며 시장의 비관론이 과하다면서 "계절적·주기적 영향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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