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역 이용자 정보 '지오펜스 영장' 사실상 차단
"지나친 사생활 침해" vs "범죄사건 해결에 역할" 논란
미국에서 수사당국이 범죄 현장 등 특정 지역에 누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영장이 구글의 정책 변화로 사실상 막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구글은 구글 지도의 이용자 위치 기록 저장 기능을 기본적으로 끄고 원하는 이용자만 저장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발표했다.
또 위치 기록이 저장되는 기본값(디폴트) 기간을 종전 18개월에서 3개월로 줄여 이용자가 그 이상 장기간 저장을 선택하지 않는 한 석 달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도록 했다.
기존에는 위치 기록이 저장되는 것이 디폴트였고 저장을 원치 않을 경우 이용자가 저장 중지를 선택해야 했다.
이번 조치로 구글은 특정 기간에 특정 지역에 있었던 모든 구글 이용자의 신원 정보를 요구하는 '지오펜스 영장'(geofence warrant)에 더 이상 응하지 못하게 됐다고 포브스는 풀이했다.
그간 구글은 지오펜스(일정 지역에 설정한 가상의 구역) 영장을 받으면 범죄 등 사건이 발생한 시간·장소에 있었던 모든 이용자의 위치 정보 등을 제출해야 했다.
특정인을 지목, 그의 위치를 찾아내는 통상적인 위치추적과 반대로 위치를 근거로 특정인을 찾아내는 방식이어서 '역위치검색'(reverse-location searches)으로도 불린다.
지오펜스 영장은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폭동 사건 참가자들의 신원을 밝혀내는 데 쓰이는 등 최근까지 주요 사건에서 활용돼 왔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구글은 자사에 들어온 지오펜스 영장 건수가 2019년 4분기에 3천건 이상으로 1년 만에 약 3배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또 2021년에도 구글에 접수된 영장의 25% 이상이 지오펜스 영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영장으로 인해 해당 시간대에 그 지역에 있던 모든 이가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어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이에 따라 며칠 전 미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제4 연방항소법원에서 지오펜스 영장의 근본적인 합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사건의 첫 재판이 시작되자 구글은 이번 조치를 내놓았다.
구글의 이번 결정은 지오펜스 영장을 비판해온 사생활 보호 운동가들과 형사사건 변호사들에게 중요한 승리라고 포브스는 설명했다.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제니퍼 그래닉 변호사는 "모든 이의 수개월 또는 수년 치 위치 정보가 있는 저장소는 위험 요소이며, 구글은 그 위험 요소를 치우려고 하고 있다"며 환영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검사협회는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경우 지오펜스 영장을 활용해 작년에만 9건의 거주지 강도 사건을 해결했다며 지오펜스 영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린 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법대 교수도 완전 미제로 남았을 중요한 사건 다수가 지오펜스 영장 덕분에 해결됐다며 "공공정책 관점에서 이번 조치는 실망스러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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