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방해없는 대규모 구호 허용 요구...유엔 고위관리 파견
美 수용가능한 초안 도출까지 연일 '진땀 협상'...일부 내용 완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결의를 가까스로 채택했다.
당초 초안에 담겼던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과 구호품 감시권한을 유엔에 주는 내용은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안보리는 22일(금)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찬성 13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 대신 기권표를 던졌다.
이날 채택된 결의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 규모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안보리는 우선 가자지구 전역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즉각적이고 안전하며 방해받지 않는 대규모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고 촉진할 것을 분쟁 당사자들에 요구했다.
이와 관련,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확장된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긴급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아울러 지속 가능한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기존 초안은 "구호 접근을 허용하기 위한 긴급하고 지속 가능한 적대행위의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미국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최종 문구엔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기존 초안에는 인도주의 구호품에 대한 독점적인 감시 권한을 유엔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미국의 거부로 역시 최종안에선 빠졌다.
대신 안보리는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운송을 용이하게 하고 조율·모니터링하는 유엔 인도주의·재건 조정관을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하도록 요청했다.
현재는 이집트 육로를 통한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전달도 이스라엘의 감시 아래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주의적 물품 전달이 필요량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은 전했다.
지난 12일 유엔총회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고 가자지구 주민들이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국제기구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안보리 이사국들은 지난주부터 치열한 막후 협상을 벌여왔다.
특히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주장하고, 가자지구 피란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져 왔다.
미국은 앞서 안보리에서 제기된 두 차례 휴전 촉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을 무산시킨 바 있다.
안보리 결의에는 15개 중 9개국 이상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 결의 후 기자회견에서 "10월 7일 하마스의 끔찍한 테러 공격을 일부 이사국이 여전히 규탄하기를 거부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오늘 매우 긍정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적 구호 지원을 막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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