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단계' 소형모듈원전 각국에 수출 타진..."외교적 영향력 행사"

미국이 아직 개발 중으로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소형모듈원전(SMR)을 수출하려고 외교적 영향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6일(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미국 당국자와 업계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국이 지정학적 경쟁자인 중국·러시아와의 에너지 안보 전쟁의 일환으로 협력 국가들에 SMR을 수출하고자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섰다고 전했다.

미국은 원전 시장에서 전통의 강국인 러시아의 시장 점유를 줄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원전 산업을 따돌리려 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뉴스케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

신문은 미국이 SMR 공급으로 대상국과 장기적인 상업·외교적 협력관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지배력을 낮추고자 하며, 이를 위해 수출 경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전에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력했던 국가나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에 SMR 수출 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자국 원전 기술을 제공해 최소 50년 이상 이어지는 협력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다.

제프리 파이어트 미국 국무부 에너지·자원 담당 차관보는 SMR기술 상용화 과정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매우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해 SMR 개발업체, 수출입은행(EXIM), 국제개발금융공사(IDFC)와 함께 SMR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국제개발금융공사는 2029∼2030년 가동을 목표로 루마니아에 SMR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자국 기업 뉴스케일파워에 최대 40억달러의 융자를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

폴란드도 잠재적인 SMR 수출 대상국이다. 폴란드는 미국과 일본 합작회사인 'GE히타치뉴클리어에너지'가 설계한 SMR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불가리아, 가나,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과도 SMR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MR은 발전용량이 일반적 대형 원전 1기의 3분의 1 수준인 300MW(메가와트) 이하인 소규모 원전이다.

원자로와 가압기,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가 일체형으로 돼 있어 방사성 물질 누출 등의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이 기술 개발과 사업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SMR은 아직 개발 단계로 수출계약은 물론 자국 내에서도 건설된 사례가 없다.

미국 SMR 기업 카이로스파워는 테네시주에서 시범 프로젝트 건설 승인을 받았으나 이는 국내 시장에 국한된 사업이다. 뉴스케일파워는 아이다호주에서 SMR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지역 전력 업체 참여 저조로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지난달 자국 SMR 2기의 상업 운전을 시작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러시아도 2020년 해상 부유식 SMR을 상용화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또한 국영 금융기업에서 원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보다는 자국 원전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점을 협력국들에 어필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정부와 업계는 또한 기업 계약과 공공·민간 금융지원을 아우르는 정부 간 포괄적 합의로 SMR을 수출하는 일종의 단축경로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자금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원전을 건설하기를 원하는 협력국들을 겨냥한 방안이다.

미국 원전업계 이익단체인 원자력협회(NEI)의 국가안보·국제프로그램 책임자 테드 존스는 "우리가 공급자라면 동맹국과 협력국들의 에너지 안보를 지지한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가스·핵(에너지)과 관련해 유럽이 처한 것과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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