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보도..."유럽 기업들, 중국과 디커플링 노력 강화"
유럽연합(EU)이 이번 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통지하며 중국을 겨냥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EU가 이르면 12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마무리하고 중국 측에 관세 부과 방침을 사전 고지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U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이 자국산 전기차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유럽산 제품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조사를 진행해왔다.
EU가 예상대로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할 경우 중국 측은 4주간 EU 측 결정을 반박할 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
중국은 자동차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며, 설사 지급했더라도 서방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산 전기차에 영구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은 오는 11월 EU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어야 가능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이후 "세계는 중국의 잉여 생산을 흡수할 수 없다"면서 EU가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망설이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기업별로 적용되는 관세는 세 종류로 나뉠 전망이라고 전했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BYD(비야디)를 비롯해 EU의 조사를 받았던 샘플 기업들, 조사에 협조했지만 전면 조사 대상은 아니었던 기업들, 전혀 조사를 받지않은 기업들 등에 대해 관세가 달라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EU는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민간 연구기관 로듐그룹은 관세가 15∼30%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듐그룹은 BYD가 지난해 EU 시장에 출시한 돌핀 해치백 차량의 시작 가격이 3만 유로(약 4천460만원) 이하인 만큼 관세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면서, 중국산 수입을 억제하려면 40∼50% 수준의 관세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관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2010년 중국 업체에 인수된 볼보는 일부 모델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벨기에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U는 전기차 외에도 태양광 패널·풍력터빈 등 10여개 부문에 대해 중국 정부의 지원 여부를 조사 중인 만큼, 향후 관세 부과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해외제품 구매업체 '드래곤 소싱'의 대표 리처드 라우브는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게 현재의 큰 추세"라면서 미국이앞장선 가운데 유럽도 이런 트렌드를 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유럽산 코냑·유제품 등에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올해 초 프랑스산 코냑을 포함한 수입 브랜디 반덤핑 조사도 개시한 데 이어 지난달 EU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중국은 여기에 EU산 돼지고기와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도 고려 중이지만, 미중 갈등 격화 속에 EU와의 과도한 관계 악화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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