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화웨이 차세대 프로세서 7nm에 머물러"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첨단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멈춰 서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화)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첨단 가속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만들고 있는 차세대 어센드 프로세서 2종을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술로 설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7nm 기술은 반도체 업계에서 이미 수년째 사용 중인 것으로, 첨단 수준이라고 보기 힘들다.
화웨이가 이 기술 수준에 아직 머물러 있는 것은 미국 주도의 제재로 인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주력 상품을 적어도 오는 2026년까지 노후화된 기술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주력 스마트폰인 메이트 라인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역시 마찬가지다.
화웨이가 첨단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화웨이의 부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애플과 엔비디아의 칩 제조업체인 대만 TSMC가 이보다 3세대 앞서는 2nm 칩을 내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하면 중국의 기술력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또 화웨이의 주요 협력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중신궈지)가 7nm 칩조차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SMIC의 7nm 생산 라인은 낮은 수율과 신뢰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화웨이가 향후 몇 년 내로 충분한 스마트폰 프로세서와 AI 칩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은 수년간 이어진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기술 발전을 현재 수준에서 묶어놓는 데 초기 성공을 거두었음을 의미한다.
화웨이의 기술 발전에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중국 장비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업체가 국내 업체의 장비를 더 많이 도입해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원하지만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EUV 장비 수출 금지는 이런 전략에 찬물을 끼얹었다.
화웨이와 협력사들은 이른바 '쿼드러플 패터닝' 기법을 사용해 ASML의 기술력을 넘어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리서치업체 욜레 그룹의 잉 위 리우 애널리스트는 EUV 리소그래피에 비해 멀티 패터닝 기술은 재료가 많이 들어가고 정렬 오류와 수율 손실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멀티 패터닝은 본질적으로 더 많은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함 및 가변성의 위험이 높다"면서 "또 복잡하고 비용도 비싸 5nm와 같은 고급 기술 수준으로 대량 생산하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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