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이 과잉 생산으로 인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특히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약자 도태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5.5% 증가한 2,290만 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기업들이 구축한 생산 능력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로, 업체들은 가격 인하와 해외 시장 진출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샤오펑(Xpeng) CEO 허샤오펑은 12월 31일 내부 메모에서 "2025년부터 2027년까지는 자동차 산업의 도태 국면"이라며 "2025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및 해외 브랜드의 경쟁 심화
현지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1%로, 전년 대비 8.6%p 상승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토요타와 같은 해외 브랜드는 점유율 감소를 경험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브랜드 간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23개의 전기차 브랜드가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통합됐고, 12개의 신규 브랜드가 출시됐다. 알릭스파트너스의 스티븐 다이어 이사는 지난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 능력의 약 절반만을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정책과 시장 재편
중국 정부는 산업 정책을 통해 특정 산업에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다가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러한전략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철강, 전자 산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결국 생존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미 BYD와 같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EV 생산의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신차의 절반 이상이 EV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신년 연설에서 2024년 중국 내 EV 생산이 1천만 대에 도달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가격 인하와 외국 제조사의 도전
2024년에는 227개 자동차 모델이 가격을 인하했으며, 이는 전년도의 148개 모델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다. 테슬라 차이나는 5년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며, 모델 Y 가격을 약 3만 3천 달러 이하로 낮추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BYD와 같은 현지 경쟁 업체들은 테슬라를 앞서고 있다. BYD는 지난해 중국 내에서 약 400만 대를 판매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반면, GM의 중국 내 합작 법인 판매량은 2018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GM은 중국 사업의 약세로 인해 5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소규모 기업들은 도태되거나 통합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가 소유 기업과 대규모 민간 기업이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자금력이 강한 기업이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한 중국 EV 스타트업은 급여 문제로 직원들이 경영진을 항의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 스타트업의 투자자인 바이두와 지리는 어려움을 인정하며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을 시사하며, 국내외 제조사 모두에게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