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성장세가 소폭 둔화
미국 경제는 2025년을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맞이했다. 강한 노동 시장이 지난해 4분기 소비자 지출을 견인하며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
미 상무부는 2024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2.5% 성장했다고 목요일 발표했다. 이는 2023년 3.2% 성장률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다.
이번 연간 GDP 성장률은 계절 조정된 4분기 수치를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것이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경제 전망을 할 때 사용하는 주요 지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또 다른 측정 방식인 연간 총생산량 비교에 따르면, 2024년 미국 경제는 2023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4분기 경제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GDP는 계절 및 인플레이션 조정 후 연율 2.3% 증가했다. 이는 3분기의 3.1%보다 낮고, 경제학자들이 예상했던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 속에서도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
WSJ에 따르면, 이번 GDP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는 시점에 발표되었다.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을 확대하는 이민 정책과 새로운 무역 관세 도입이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내내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 성장과 고용 둔화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동시에 노동 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경기 침체 없이 경제를 부드럽게 둔화시키는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가 실현된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은 소비자 지출이었다. 실업률은 평균 4%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안정적인 노동 시장과 소득 증가가 미국인들의 소비를 뒷받침했다.
오스카 무뇨즈(TD증권 미국 거시경제 전략 책임자)는 "현재 경제는 '골디락스(Goldilocks) 상태'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노동 시장이 지나치게 뜨겁지 않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이상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그는 "연준 입장에서 보면 노동 시장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인플레이션도 상당히 안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에도 일부 산업은 여전히 어려움 겪어
연준은 지난해 금리를 총 1%포인트 인하하며 소비자와 기업의 대출 부담을 다소 완화시켰다. 그러나 높은 금리에 민감한 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기존 주택 판매량은 2024년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웰스파고의 최고경영자(CEO) 찰리 샤프는 1월 15일 실적 발표에서 "미국 경제는 매우 좋은 성과를 보이며 여전히 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낮아진 인플레이션과 안정적인 실업률이 2025년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행정부가 친(親)기업적인 정책과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경제와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부담 가중, 신용카드 부채 증가
그러나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몇 년간 식료품과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량 증가와 월별 미결제 잔액 증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 지수도 1월 들어 하락했다. 고용 시장과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스타벅스는 매장 방문객 감소로 인해 실적이 부진했다고 발표했다. 높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면서 스타벅스의 미국 내 거래 건수는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던 상황과 비슷한 수준이다.
베스 앤 보비노(미국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하위 계층에서는 여전히 높은 물가와 금리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녀는 "대부분의 가계는 건강한 노동 시장 덕분에 여전히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경제가 급격한 금리 인하 없이도 침체를 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