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최근 발언, 일부 공화당원들 동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 보리스 엡스타인은 2023년 말 한 회의에서 대담한 주장을 내놓았다. 트럼프가 반드시 두 번의 임기 제한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2023년 10월 워싱턴 D.C. 다운타운에서 한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엡스타인은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레임덕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법률을 연구한 결과 트럼프가 2028년에 다시 출마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시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엡스타인의 주장을 농담처럼 받아들였다.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을 통과하기도 전에 벌써 3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가 우스꽝스럽게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18개월이 지난 지금,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임기 연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 대화는 우려스럽게 다가오고 있다고 월스트저널이 2일(수)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외부 법률 고문을 맡고 있는 엡스타인은 이번 기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백악관 홍보국장 스티븐 청은 "지금은 3선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화면)

트럼프는 지난 주말, 2029년 1월 임기 종료 후에도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또 다른 4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마칠 경우 그의 나이는 82세가 된다.

트럼프는 2016년 첫 대선 승리 이후 여러 차례 대통령직 연장 가능성을 농담처럼 언급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은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그의 비판자들은 이를 심각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는 반면, 지지자들은 가볍게 웃어넘긴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일부 참모들은 "그저 언론과 진보 세력을 도발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측근들은 트럼프가 최근 국가안보보좌관이 군사 작전을 논의하는 단체 채팅방에 한 기자를 포함시킨 사실이 폭로된 것에서 관심을 돌리려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측근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는 언론을 미치게 만들기 위해 이런 발언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인터뷰에 응한 한 공화당 인사는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에서 점점 더 많은 권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그의 정책에 저항하는 세력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엡스타인이 이 문제를 검토했다는 사실은 트럼프의 최측근들 또한 3선 가능성을 고려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미국 헌법상 트럼프가 3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법 수정 제2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쇼트는 트럼프가 실제로 3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않지만, "그럴 리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도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것을 봐왔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트럼프의 3선 추진을 저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쇼트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공화당 내에서 계속 높다면, 공화당 의원들은 그를 견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정책 등으로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 이상, 반대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한 측근은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측근은 트럼프의 황당한 아이디어 중 결국 실현되지 않은 사례를 묻는 질문에 "그린란드를 인수하겠다는 발상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린란드 문제는 트럼프 1기 때는 불가능한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2기에는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의 3선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대중문화에도 스며들고 있다. 테크 및 금융 관련 팟캐스트 '올 인(All In)'에서는 지난 3월 트럼프의 3선 가능성을 가정한 질문이 나왔으며, 트럼프의 초대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한 방송에서 "우리는 또 다른 임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일요일 언론과의 인터뷰 후, 추가 질문을 받자 "지금은 3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다음 날 백악관에서 그는 "나는 이런 문제를 연구해 본 적 없다"면서도, "그런 방법이 있다고들 하지만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우리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의 엇갈린 발언은 워싱턴 정계와 온라인에서 다양한 추측을 낳고 있다. 그중 한 가지 이론은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뒤 당선 후 대통령이 사임하면 승계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 수정 제12조에 위배된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는 사람은 부통령직에도 적격하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테네시주 공화당 하원의원 앤디 오글스는 헌법 수정 제22조를 개정해 비연속적인 임기일 경우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헌법 개정은 쉽지 않다.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연방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고, 전체 주(州)의 4분의 3 이상이 비준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미 2020년 대선 전부터 3선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2019년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3선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2020년 6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3선을 하지 않는다면-"이라고 질문을 던지자, 트럼프는 "좋은 질문이다"라며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였다.

2024년 선거 운동 기간 동안에도 그는 가끔 "3선, 심지어 4선도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던졌다.

민주당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과 행동을 민주주의 수호 이슈로 삼아 공세를 펼쳤지만,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 하원의원 팀 라이언(오하이오주 민주당)은 "2016년 이후로 우리가 계속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결과도 계속 같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으며, 정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