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서 브랜드 선호도 하락... 미국 민주당 지지층에서 특히 두드러져

테슬라의 글로벌 차량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하며, 브랜드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커지면서 회사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1분기 총 33만 6,681대의 차량을 인도했으며, 이는 시장조사기관 비저블 알파(Visible Alpha)가 예상한 39만 6,960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날 발표된 실적 이후 테슬라 주가는 소폭 하락했으나,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스크가 백악관 역할에서 물러나고 본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한 후 5% 이상 상승 마감했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테슬라 매장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 자료화면)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유럽 극우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테슬라는 최근 정치적 항의와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어 왔다. 일부 충성도 높은 기존 테슬라 고객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미국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테슬라 브랜드 선호도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반영해 테슬라의 주식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테슬라는 지역별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각국 정부 및 연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주요 시장에서 차량 인도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2월 판매량이 49% 급감했으나, 3월 신형 모델Y 출시에 힘입어 반등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테슬라는 3월 한 달간 중국산 차량 7만 8,828대를 판매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수치다. 다만, 2월 판매 부진으로 인해 순위가 5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테슬라는 3월 다시 중국 자동차 시장 3위로 올라섰다.

독일에서는 2월 신차 등록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76.3% 급감하며, 유럽 내 테슬라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시장조사기관 워즈 인텔리전스(Wards Intelligence)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동안 테슬라 판매량이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와 현대차가 각각 17%, 11% 판매 증가를 기록한 반면, 포드는 1%, 스텔란티스(지프 브랜드 포함)는 12% 감소했다.

테슬라, 브랜드 이슈 외에도 시장 도전 직면

머스크와 관련된 논란 외에도 테슬라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EV)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경쟁에 나서면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GM, 기아 등이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이는 테슬라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또한, 테슬라의 신형 모델Y가 3월 출시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연기한 것도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테슬라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인도량 감소를 기록했으며, 연간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상반기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테슬라 차량 등록 대수가 2024년 기준 11.6% 감소했다.

테슬라 주가 변동성 확대

테슬라 주가는 최근 몇 달 동안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테슬라 주가는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1조 5,000억 달러에 달했으나, 취임 후 다시 선거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머스크는 최근 몇 달간 워싱턴 D.C.에 머물며, 트럼프 정부와 협력해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및 지출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테슬라 관련 시설은 정치적 시위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기물 파손과 방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3월 중순 라스베이거스의 한 테슬라 수리점에서는 화염병 공격으로 차량 5대가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머스크, 차량 판매보다 AI·로봇 기술로 투자자 관심 유도

머스크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자동차 판매에서 인공지능(AI) 및 로봇 기술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완전자율주행(FSD) 감독형' 및 '옵티머스(Optimus)'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머스크는 이 기술들이 회사의 시장 가치를 30조 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들은 여전히 자동차 판매 수익에 의존해 개발되고 있다.

일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머스크와 트럼프의 친밀한 관계가 테슬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연방정부 규제 완화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차량 상용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애덤 조나스는 지난 3월 20일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 부진은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AI·로봇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오는 6월 텍사스 오스틴 본사 인근에서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며, 연말까지 캘리포니아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