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에서 콘도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소유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많은 콘도 소유자들이 감당하지 못해 부동산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은퇴한 롭과 카렌 딕슨 부부는 뉴욕 북부에서 플로리다 푼타 고르다(Punta Gorda)로 이주해 골프장 전망이 보이는 고급 콘도를 31만9천 달러에 구매했다. 평소 9홀 라운딩을 마치고 클럽에서 점심을 먹고 수영을 즐기는 여유로운 삶을 누렸던 그들은 "정말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허리케인 이후 보험료가 두 배로 오르고, 건물 보수 비용으로 7,200달러의 특별부담금이 부과됐다. 보험으로 2,000달러를 보전받았지만, 나머지는 4개월에 걸쳐 분납해야 했다. HOA(입주자 협회) 관리비도 25% 인상돼 월 800달러에 달했고, 최근에는 1,000달러까지 올랐다.

플로리다 콘도 빌딩 부분 붕굉

(2021년 플로리다에 위치한 콘도 빌딩 부분 붕괴사고 현장. 자료화면)

결국 이들은 지난해 여름 콘도를 시장에 내놓았고, 같은 단지 내 매물 43건과 경쟁한 끝에 35만8,500달러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애초 희망 가격보다 2만 달러 낮은 금액이었다. 이들은 손자들을 보기 위해 다시 뉴욕으로 돌아갔으며, 더 이상 여행 비용조차 부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는 정말 낙원이었어요. 최고였죠. 하지만 모든 게 변해버렸어요,"라고 롭은 말했다.

급증한 소유 비용, 매물 급증으로 이어져

최근 플로리다에서 콘도 소유 비용은 급등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 특별부담금, 그리고 대출 제한까지 겹치면서 많은 소유자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한때 플로리다 남부는 미국 내에서 가장 활발한 부동산 시장 중 하나였다.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의 올해 2월 콘도 중간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 상승했고, 마이애미와 웨스트 팜비치 등으로 이주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역은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플로리다 전체 콘도 가격은 2024년 7월 이후 매달 1~6%씩 하락하고 있으며, 2025년 2월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에서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다. 플로리다 남부에서도 노후 콘도 가격은 지난 2년간 22% 하락한 반면, 30년 미만의 콘도는 최근 10년간 평균 1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조 규제 강화, 매매·대출 모두 걸림돌

이러한 하락세는 2021년 마이애미 콘도 붕괴 사고 이후 도입된 건물 안전성 강화 규정의 영향도 크다. 당시 붕괴 사고로 98명이 사망하면서, 모든 콘도는 구조적 안전성 평가 및 수리 비용 적립(예비금)을 의무화하는 법이 도입됐다. 관련 규정 준수 마감은 지난해 말이었지만, 현재까지 규정을 준수한 콘도 협회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전체 미국 콘도의 약 20%가 위치해 있으며, 플로리다대 버그스트롬 부동산 연구소는 2022년 기준 플로리다 내 콘도의 절반 이상이 30년 이상 된 건물이라고 발표했다.

플로리다 부동산협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래드 오코너는 "예비금 규정이 적용되는 건물일수록, 매수자나 대출기관 모두 그 건물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인지를 먼저 따진다"며 "이로 인해 콘도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출기관들도 건물 보수 중인 콘도에 대해 대출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CMG 파이낸셜의 모기지 대출자 아니발 토레스는 "수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대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1,400여 개 단지, 대출 불가능한 '블랙리스트' 등재

추가적인 악재도 있다. 현재 플로리다 내 1,400개 이상의 콘도 단지가 모기지 금융기관 패니메이(Fannie Mae)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는 보험이 부족하거나 주요 보수가 필요한 단지를 대상으로 하며, 이 리스트에 포함되면 매수자의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플로리다는 이 리스트에 오른 단지가 미국 내에서 가장 많다.

보인턴비치의 한 17년 된 콘도 단지의 HOA 이사장인 제이크 해링턴은 건물 외벽 공사 비용으로 약 700만 달러가 들었고, 각 입주자에게는 평균 1만5천 달러의 특별 부담금이 부과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누군가 콘도 신청서에 해당 단지가 호텔처럼 운영된다는 잘못된 정보를 기입해 패니메이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었고, 이로 인해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해링턴은 "수리 후 건물이 예전보다 더 좋아질 예정이지만, 단순한 오기로 인해 리스트에 올라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규제 완화 추진... 소유자들은 해결책 간절히 기다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최근 "우리 콘도 시장에 문제가 있다. 최근 몇 년간 통과된 법안들이 그 원인"이라며 해결 의지를 나타냈다.

플로리다 주의회는 현재 구조와 무관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일부 규정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팜비치카운티에 콘도를 보유한 밥과 바버라 마이스트로스 부부는 시장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 기대하고 새 집 계약을 체결했지만, 기존 콘도가 팔리지 않아 은퇴 자금에서 21만 달러를 꺼내 새 타운홈을 구입해야 했다. 결국 기존 콘도는 임대로 돌렸지만, "이번 거래는 우리에게 재정적으로 큰 재앙이었다"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