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의 다음 장을 열 시간"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94)이 오는 연말을 기점으로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후임으로 그렉 아벨(Greg Abel)을 공식 추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 같은 발표는 5월 4일(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말미에 나왔다. 버핏은 "이제 그렉이 CEO 자리를 맡을 시점이 왔다"며 "연말까지 회사를 이끌고, 내년부터는 그가 CEO로서 최종 결정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런 버핏

(워런 버핏. 자료화면)

버핏의 이번 결정은 미국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1965년 버핏이 당시 부실한 섬유회사를 인수한 후, 버크셔는 보험·에너지·철도·소매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매년 열리는 주주총회는 '자본가들의 우드스탁'이라 불리며 세계 각지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왔다.

그렉 아벨은 캐나다 출신으로, 1999년 버크셔가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를 인수하면서 처음 버핏의 눈에 띄었다.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부문을 이끌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8년에는 비보험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버핏은 이미 2021년부터 아벨을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해왔지만, 이번 연례총회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시기를 공개했다.

버핏은 "나는 여전히 회사 주변에 있을 것이며, 몇몇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지만, 실질적인 경영 권한은 전적으로 아벨에게 넘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발표 이후 JP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성명을 통해 "워런 버핏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며, 나는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경의를 표했다.

이번 결정은 워런 버핏 개인뿐 아니라 버크셔 해서웨이, 그리고 매년 이를 찾는 수많은 주주들에게도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