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 노동 허가 철회할 수 있도록 길 터줘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약 50만 명의 이민자에게 부여된 임시 보호 조치를 철회할 수 있도록 판결함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산업과 지역의 고용주들은 인력난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판결의 여파는 점진적으로 나타나겠지만, 그 영향력은 광범위할 수 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은 고용주에게 커다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관세 정책 등으로 흔들리는 미국 경제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미국 연방 대법원. 연합뉴스)

이번 판결은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임시 가석방(parole) 조치를 유지하라는 하급심의 명령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는 앞서 5월 19일 내려진 또 다른 판결에 이어 나온 것으로, 당시 대법원은 약 35만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에 대해 '임시 보호 신분(TPS)'을 박탈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는 이민자들이 어디에 거주하고,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통계는 없다. 그러나 2023년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남부 플로리다 지역에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아이티, 쿠바 출신 이민자들이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은 택시 및 라이드셰어, 호텔, 청소, 가정 간병, 트럭 운송업 등에서 그 인구 대비 과도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영리 노인 요양 기관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LeadingAge는 "이번 판결로 인해 많은 기관이 일손을 잃게 될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직원 손실은 중대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급심에서 관련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대법원의 판결로 국토안보부(DHS)는 당장이라도 affected 노동자들의 취업 허가를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이번 판결은 또한 행정부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이민자들을 체포 및 추방할 수 있는 법적 창구를 열어줬다. 정부는 이미 이들의 이름과 주소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서류미비 이민자보다 추적 및 집행이 수월할 수 있다.

물론 행정적 절차상의 장벽도 존재한다. 이민자들은 정부로부터 통보를 받은 후 15일 이내에 다른 법적 체류 근거가 있음을 입증하면 취업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민 전문가들은 일부 이민자들이 추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다른 법적 신분을 보유하고 있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망명을 승인받았거나 이민 법원에서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가 있어, 모든 이가 추방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라고 미셸 미텔슈타트(이민 정책연구소 대변인)는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 세계 다양한 국가 출신 이민자들 중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들에게 임시 가석방을 부여해 2년간의 취업 허가 및 보호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보호 조치를 광범위하게 철회하려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300만 명 이상이 이러한 임시 보호에 포함되어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고용주들은 극심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이민 전문 변호사 헬렌 콘래드(McCandlish Holton 소속)는 밝혔다. 그녀는 수십만 명의 인력을 보유한 기업들을 자문해오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일부 고객사들이 외국인 노동자 제공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인력 파견업체에 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이는 차별 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고용주들은 지금 완전히 혼란 속에서 짓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콘래드는 말했다.
그녀는 "이번 판결로 인해 일부 이민자들은 자진 출국을 택하거나, 신분 변경 사실을 알게 된 고용주로부터 해고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미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약 1,200만 명의 이민자들이 미국에 입국했으며, 이들 중 많은 수가 불법 이민자이거나 망명 및 가석방 같은 임시 보호 신분을 기대하며 들어왔다. 이는 한 세대 만에 최대 규모의 이민 유입이며, 미국 경제가 절박하게 노동력을 필요로 하던 시기에 공급을 크게 늘려준 요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