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무인기·미사일 공격, 미 해군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수십억 달러 투입에도 전략적 목표 달성 못 해
2025년 5월 6일, 미 항공모함 USS 해리 S. 트루먼(USS Harry S. Truman)에서 착륙하던 F/A-18 슈퍼 호넷 전투기가 감속 장치 고장으로 바다에 추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는 트루먼 항모가 지난 5개월 사이에 세 번째로 잃은 전투기였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 없이 예멘 후티 반군과의 휴전을 발표했다.
지난 2024년 12월부터 홍해에 배치된 트루먼 항모전단은 후티 반군을 상대로 한 치열한 작전에 참여해 왔다. 미군은 세계 최강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티 반군의 전례 없는 공격 양상에 직면해 사실상 '해상전의 판도 변화'를 경험했다는 평가다.
싸움의 양상 바꾼 후티의 전략과 기술
후티 반군은 이란이 제공한 저비용 미사일과 드론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냉전 시절 개발된 대함 탄도미사일(ASBM)을 실전에서 처음 사용했다. 고지대 동굴과 기초적인 시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후티는 값싼 무기와 창의적인 운용 방식으로 미국의 고가 방어체계를 압도했다.
미 해군은 해당 작전에서 약 30척의 함선을 투입했고, 2023년 말부터 2025년까지 후티에 투하된 미사일과 무기의 총액은 15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목표인 홍해 항로의 완전 복구에는 실패했고, 후티는 여전히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긴장과 피로 누적... 미군 내부의 우려
지속적이고 격렬한 배치로 인해 장병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USS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항모는 7개월간 단 한 차례의 짧은 기항만 허용되었고, USS 카니(USS Carney) 구축함은 작전 초반 10시간 동안 12대 이상의 드론과 4기의 순항미사일을 요격해야 했다.
미국 중앙사령부(CENTCOM)는 작전 중 발생한 항공기 추락 및 충돌 사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트루먼 항모에서만 총 세 대의 F/A-18 전투기가 바다로 추락했으며, 그중 한 대는 오인 사격에 의해 아군 함정에서 격추됐다.
고강도 작전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력 배분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 의회와 군 내부에서는 군 전반의 전투 준비태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상전 양상 변화의 전조
후티는 고도에서 느리게 접근하던 초기 드론 전술에서 점차 야간 저공 침투, 드론·미사일 복합 공격으로 전술을 고도화했다. 탄도미사일은 최대 시속 6,400km로 접근해 요격 자체도 큰 부담이었다.
2023년 말부터 미 해군은 홍해 인근 항구 확보와 전력 증강을 통해 반격에 나섰지만, 후티의 유연한 전술과 지형적 이점에 고전했다. 좁은 홍해에서는 항모와 구축함이 사실상 '움직이는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2024년 말부터 시작된 공세는 2025년 3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강도를 높였다. B-2 폭격기, F-35 전투기, 미사일 구축함, 추가 항모 등 대규모 증원이 이뤄졌고, 이른바 '러프 라이더 작전(Operation Rough Rider)'이 개시됐다.
그러나 53일간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후티는 완전히 제압되지 않았다. 미군은 수백 명의 전투원을 사살하고 무기고를 파괴했지만, 민간인 사망자도 다수 발생해 인도적 비판도 함께 제기되었다.
휴전의 대가... 남겨진 과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단순한 조건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후티는 미국 함정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미국은 폭격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향한 후티의 미사일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분쟁은 해상전의 미래를 상징한다. 저비용·고위협 기술이 강대국의 전략을 흔들 수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미 해군조차도 전례 없는 압박 속에서 손실과 한계를 경험했다. 펜타곤 내부에서는 이번 경험을 "중국과의 고강도 전쟁 시뮬레이션"이라 부르며, 향후 전략 수립에 교훈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