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서 발생한 이민 단속 반대 시위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면서, 미 국방부는 연방 자산과 요원을 보호하기 위해 약 700명의 해병대를 현지에 배치한다고 9일(월)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연방화한 데 이어, 현역군 병력까지 투입한 것으로, 국내 치안 사태에 대한 군 투입이 한층 강화되는 양상이다.
배치된 병력은 캘리포니아 트웬티나인 팜스(Twentynine Palms) 해병대 기지 소속 제1해병사단 제2대대 소속이다. 미 북부사령부(U.S. Northern Command)는 이들이 시위 진압에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방 건물과 인력 보호라는 임무를 강조했다.
30여 년 만의 해병대 국내 시위 대응...주지사는 반발
이번 해병대 파병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로드니 킹 사건)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미 해병대가 국내 민간 소요 사태에 투입되는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발효한 행정명령에 따라 "필요한 범위 내에서 현역 병력과 주방위군을 연방 재산과 기능 보호에 사용할 수 있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강한 반대 속에 내려진 것이다. 뉴섬 주지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해병대가 미국 땅에서 자국민을 상대로 배치되는 일은 독재적 대통령의 망상적 명령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ICE 단속 이후 확산된 시위...연방정부, 무력 보호로 대응
지난 금요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특정 지역에서 이민자 체포 작전을 벌이면서 시위가 급속히 확산됐다. 이튿날인 토요일 밤, 트럼프 대통령은 뉴섬 주지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LA 지역에 주방위군을 배치했고, 현재 2,100명의 방위군과 700명의 해병대가 **임시 사령부인 '태스크포스 51(Task Force 51)'**의 지휘 아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들이 군사 교범에 따른 '비폭력 완화(de-escalation)' 및 '군사력 사용 규칙' 훈련을 받은 병력임을 강조하면서도, 병력의 정확한 임무나 무장 여부, 배치 기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연방 권한 확대에 대한 우려...포시 코미터투스 법 논란도
이번 조치는 대통령이 주지사의 요청 없이 현역 병력 또는 방위군을 주 정부 내에 배치한 드문 사례 중 하나다. 대통령은 대개 '폭동 진압법(Insurrection Act)'에 근거해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만, 이번에는 그 법을 명시적으로 발동하지 않고 행정명령만으로 진행한 점이 주목된다.
한편, 현행 '포시 코미터투스법(Posse Comitatus Act, 1878)'은 군 병력의 국내 법 집행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다른 지역에서의 유사한 시위에도 무력 개입의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트럼프, "국가 질서 회복이 최우선"...민주당은 "군사 권한 남용"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캠페인 당시부터 불법 이민 강경 대응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번 사태에서도 연방 권한 강화를 통해 질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과 인권 단체들은 "헌법적 권한을 넘은 군사력 남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세스 몰턴 하원의원(前 해병 장교)은 "트럼프는 처음부터 군을 자국민을 상대로 이용하고 싶어 했다"며 "이번 조치는 군의 본래 임무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1992년 폭동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당시 피트 윌슨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을 받아 군 병력을 배치했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1957년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흑인 학생의 통학을 보호하기 위해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방 병력을 투입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통령이 단독 판단으로 해병대를 국내 시위에 투입한 사례는 헌정 사상 전례가 드문 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