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7일(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신청을 승인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는 양국 간 무역 협상의 주요 걸림돌이었던 희토류 문제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 것으로, 미국 제조업계에 만연한 공급난 해소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국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서면 성명에서 "법률에 따라 수출 통제 품목에 대한 적격 신청을 검토·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은 미·중 양국이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합의한 '희토류 휴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행사에서 "중국과 합의를 막 체결했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상무부 장관 하워드 루트닉은 TV 인터뷰에서 이 합의가 이틀 전 서명됐다고 확인했다.
■ 희토류 합의, 무역 협상 심화의 단초
중국 측 발표는 "중국과 미국이 5월 제네바 회담에서 희토류 수출과 관련해 일시적인 휴전에 합의했으며, 후속 조치로 런던 회의에서 해당 조항을 재확인했다"는 배경도 함께 담고 있다.
런던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에 부과했던 일부 제재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으며, 중국은 희토류 수출 심사를 가속화하고 일부 신청을 이미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나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상호 보복성 관세를 일부 유예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번 희토류 진전은 보다 광범위한 무역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양국 간 깊어진 불신은 여전히 장애물로 남아 있다. 중국은 미국이 선의로 협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중국의 조치가 느리고 불투명하다고 비판해왔다.
■ 미국 기업들, "속도보다 실행력이 관건"
미국 제조업체들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실제로 얼마나 빠르고 일관되게 승인할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스마트폰, 군수 장비 등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은 전 세계 고성능 희토류 자석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포드 자동차는 이번 주 기자들에게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부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으며, 5월에는 자석 공급 부족으로 시카고 지역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투자자들과 산업계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전략적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의 실행 여부와 시기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 중국, 기술 유출 우려에 자국 인력 해외여행 통제
최근 중국은 희토류 산업 관련 기업들에 전문 기술 인력 명단 제출을 요구하고 이들의 해외 출장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희토류 기술이 미국 및 서방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중국 내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한편 중국은 희토류 문제 외에도 미국과의 외교 접촉을 통해 펜타닐 원료 수출 통제 문제에서도 협력할 의사를 표명했다. 중국은 다음 달 말부터 두 종류의 펜타닐 전구체 물질을 통제 품목에 추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와 왕샤오홍 중국 공안부장이 지난주 만나 논의한 내용의 연장선이다.
■ 관세 해제와 기술 수출 규제 완화... 중국의 다음 목표는?
중국의 이번 발표는 미국 측의 관세 철회 유도와 더불어,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 규제 완화를 겨냥한 다층적 협상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 필수적인 반도체 수출 제한 해제를 중국은 주요 협상 과제로 삼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희토류 합의가 실질적인 무역 협상 타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중국의 약속 이행 속도와 미국의 대응 조치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