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뉴섬 주지사 주도..."개발 지연 전략에 더는 당하지 않겠다"
캘리포니아 주가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 규제 중 하나로 꼽히던 캘리포니아 환경품질법(CEQA)을 대대적으로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는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가 주택난 해결을 위해 강력히 밀어붙인 결과로, 해당 법은 50년 넘게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지연시키는 데 악용돼 왔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조치를 2025-2026 회계연도 예산안 서명 조건으로 내걸었고, 주의회는 지난 월요일 저녁, 양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 두 건의 주택 공급 촉진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주도인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뉴섬 주지사는 "우리는 지연 전략에 반복적으로 희생돼 왔다"며 "이로 인해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이는 경제학 101 수준의 단순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샌프란시스코 시장이던 시절조차 CEQA가 자전거 도로 확장 사업을 막는 데 사용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법의 남용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단체 반발..."개발업자 규제 완화 우려"
환경보호를 중시해온 일부 단체와 활동가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비평가는 SNS X(구 트위터)에 "트럼프가 필요 없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밀실 거래로 개발업자들과 함께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주택난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해안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정치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시 역시 비싼 임대료 문제가 최근 민주당 시장 경선에서 핵심 쟁점으로 작용한 바 있다.
월렛허브(WalletHub)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택 부담이 가장 큰 도시 10곳 중 9곳이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으며, 주 전역에는 약 350만 가구의 주택이 부족하지만 매년 겨우 10만 가구 정도만 신축되고 있다.
UCLA 도시계획 교수 마이클 렌스는 "지난 20~30년간 캘리포니아는 주택 공급의 수도꼭지를 잠궈왔다"고 지적했다.
CEQA: 1970년 레이건 주지사가 서명한 법
CEQA는 1970년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 주지사에 의해 제정됐으며, 연방 차원에서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멸종위기종 보호법 등 여러 환경법안을 추진하던 시기였다. 이 법은 각종 개발 프로젝트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최소화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CEQA는 소송과 절차 지연의 수단으로 변질됐고, 1980년대 이후 역대 캘리포니아 주지사들마다 법 개정을 시도해 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뉴섬 주지사는 노숙자 문제와 인구 유출 등에 대한 비판 속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주요 과제로 삼아 왔으며, 지금까지도 여러 주택법을 통과시켜 왔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두 개의 법안은 가장 결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이 법안들은 도심 밀집 지역의 주택 프로젝트 다수를 CEQA의 환경 검토 대상에서 아예 면제시키는 등 규제 간소화 수준이 전례 없는 수준이다.
주상원 대표 마이크 맥과이어는 서명 직전 "우리는 지금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서민과 중산층은 직장 근처에 살 수 없게 됐고, 바로 이 법안이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