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으로 반도체 생산 장비 수요 급증... Applied Materials 등 재조명 받아

AI 칩을 설계·판매하는 엔비디아(Nvidia)는 시가총액 4조 달러에 육박하며 기술주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칩을 실제로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는 몇몇 저평가된 기업들이 오히려 투자자에게 더 나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와 램 리서치(Lam Research)는 AI 시대의 도래로 급격히 성장 중인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단체 SEMI에 따르면, 엔비디아 같은 첨단 칩 생산 장비에 대한 세계 자본 지출은 2023년 대비 2028년까지 거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비디아 칩

(앤비디아. 자료화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지출은 1천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같은 칩 설계업체나 TSMC 같은 칩 생산업체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리스크가 저평가 이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주가는 지난해 대비 23% 하락, 향후 예상 수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8배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엔비디아는 같은 기간 27% 상승, PER은 32배에 달한다.

이 차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중국 시장에서의 규제 리스크다. 어플라이드의 최근 매출 중 약 25%, 램 리서치는 **약 30%**가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로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뉴스트리트 리서치에 따르면, 서방 장비 업체들은 2030년까지 매년 중국 매출의 최대 7%를 잃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AI 칩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기타 반도체 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어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램 리서치가 강점을 보이는 플래시 메모리 장비 시장은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가격이 15% 이상 하락했다. 시장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메모리 생산업체들은 아직 생산 확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선 "기회"

하지만 반도체 시장은 대표적인 경기 순환 산업인 만큼, 전문가들은 AI 버블이 터지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반도체 매출이 2030년까지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업계의 낙관론이 퍼지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6,240억 달러였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최근 램 리서치 CEO와의 대담에서 "단기적인 우려는 많지만, 반도체 산업을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 투자 비중↑...고급 패키징 수요도 증가

그러한 낙관론의 한 근거는 바로 칩 제조에 필요한 설비 투자 비중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더 작은 트랜지스터, 더 빠른 연산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정밀한 장비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반도체 설계는 여러 개의 칩을 조합하거나 수직으로 적층하는 고급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기술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 역시 특수 장비 수요를 동반한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지난해 고급 패키징 부문에서 1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향후 이 수치를 두 배로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전체 성장에 베팅하려면 장비주가 해답

이러한 장비 업체는 기술력 외에도 칩 산업 전반의 성장세에 투자할 수 있는 간접 투자 수단이라는 장점이 있다.
엔비디아나 AMD처럼 특정 칩 종류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장 전반의 성장 흐름을 타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개별 장비업체의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과 중장기 산업 성장세를 감안할 때, 진정한 투자 기회는 칩 공장 바닥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