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시진핑 면담 취소 시사... 미·중 무역 긴장 재점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요일, 중국이 희토류(rare earth) 광물 수출을 제한한 데 대한 강력한 대응 조치를 경고하며,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발언으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재점화됐고, 금융시장은 즉각 급락세를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중국이 새로 내놓은 적대적인 조치에 따라,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재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중 하나로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이번 발언은 중국이 반도체, 전기차, 전투기 등 핵심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추가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 분야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크다.

트럼프는 또한 2주 뒤 한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돼 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취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원래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썼다.

"무역 휴전은 끝났다"... 시장 급락

이번 사태는 수개월간 이어진 '관세 휴전'에도 불구하고, 미·중 관계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언제든 위기로 치달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 직후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8% 이상 하락, S&P 500 지수는 2%, 다우지수는 7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는 최근 수주간 이어지던 사상 최고가 행진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인프라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CEO 제이 해트필드는 "이번 사태는 '관세 발작(tariff tantrum)' 이후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이번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 미국 경제를 압박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은 트럼프가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미국이 기존 관세와 수출 제한 전면 해제를 거부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0.1% 포함된 제품도 통제"... 美 제조업 '비상'

이번 희토류 분쟁은 이미 한 차례 해결됐던 갈등의 재현이다. 올해 초에도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고, 이에 미국 산업계-특히 자동차·방위산업-가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의존하는 미국산 핵심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로 맞대응했고, 이후 영국과 유럽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양측은 일시적으로 대부분의 제재를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조치는 훨씬 강력한 수준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제품 가치의 0.1% 이상이 중국산 희토류로 구성된 제품을 수출하려면 베이징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자사 반도체나 전자 장비가 그 기준 이하임을 증명하기 어렵게 만들어, 중국 정부의 통제권을 크게 확대한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산 희토류 자석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생산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맞먹는 수준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희토류에 희토류로 맞선다"

트럼프는 중국의 조치 직후 "그들이 독점한 원소 하나마다, 우리는 둘을 갖고 있다"며 미국도 맞대응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 이제는 그럴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약 57%**이며, 올해 초 무역 분쟁이 격화됐을 때는 140%를 초과한 적도 있다. 반면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약 33% 수준이다.

중국의 강경전략... "과도한 자신감이 부른 역효과"

이번 중국의 조치는 고위 회담을 앞두고 긴장을 완화하던 기존 외교 관례를 깨는 행보로 평가된다. 중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의 기술 공급망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중국의 새 조치에는

  • 미국 선박에 대한 신규 항만 이용료 부과,

  • 세계 반도체 시장 핵심기업 퀄컴(Qualcomm)에 대한 반독점 조사 착수,

  • 첨단 기술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포괄적 선언
    등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회담은 불확실성과 긴장 속에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지금은 사실상 무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중국 전문가 크레이그 싱글턴은 "베이징이 지나치게 자신만만했다"며 "중국이 협상 카드로 본 조치가 트럼프에겐 '배신'으로 보였고, 이것이 관세 휴전 종식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회담이 취소될 경우, 시진핑에게도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를 "장기적 투쟁"으로 규정하면서도, 트럼프와의 접촉을 유지해 관계를 관리하려는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