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이 관세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캐나다 광고를 이유로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목요일 밤, 로널드 레이건이 관세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을 담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의 TV 광고를 문제 삼으며 캐나다와의 무역협상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밤 11시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터무니없는 행위에 따라, 캐나다와의 모든 무역협상을 즉시 종료한다"고 적었다.
그는 캐나다가 "로널드 레이건이 관세를 비판하는 '가짜 광고'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며, 이 광고가 자신이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의 합법성을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과 다른 법원들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한 추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반복된 무역갈등의 새로운 국면
이번 협상 중단 선언은 몇 달째 이어져 온 미·캐나다 무역분쟁의 새로운 국면이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협상 중단을 위협했지만, 캐나다 정부가 양보를 제시하면 다시 대화를 재개하곤 했다. 이번 발표는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Mark Carney) 가 두 주 전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회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 당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집권 초기에 마약 밀수 의혹을 이유로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준수하는 상품은 예외로 두었다. 또한 그는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목재 제품 등에 국가안보 명목으로 전 세계적 관세를 매겨왔다.
# 문제의 광고: "관세는 애국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두에게 해롭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광고는 온타리오 주정부가 제작한 것으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관세는 처음엔 애국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든 미국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며, 치열한 무역전쟁과 일자리 손실을 초래한다"고 말하는 음성을 담고 있다.
온타리오 주총리 더그 포드(Doug Ford) 는 이달 초 토론토 연설에서 이 광고를 미국 주요 방송망에 송출하기 위해 5,300만 달러(약 730억 원) 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음성은 레이건이 1987년에 진행한 라디오 연설에서 발췌된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재단 및 연구소는 목요일 밤 트럼프의 발언 직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타리오 정부가 음성을 사용할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광고가 레이건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왜곡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연설은 현재 유튜브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채널에 공개되어 있으며, 레이건은 당시 일본 반도체에 한시적 관세를 부과한 결정이 예외적 조치였음을 강조하며, 자유무역 확대가 자신의 핵심 신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협상 중단이 미칠 파장
양국은 최근 트럼프가 캐나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부과한 50%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또한 내년부터는 USMCA의 재검토 협상(법에 따라 2026년까지 실시해야 함) 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은 3자 협정을 두 개의 양자협정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트럼프 역시 이에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명확히 지지하진 않았다.
# 공화당 내 이념적 균열
온타리오의 이번 광고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로널드 레이건이 보수진영에서 갖는 상징적 영향력 때문이다. 광고는 공화당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자유무역 원칙을 상기시키는 내용으로,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승리 이후 붕괴된 '자유무역 공화당' 노선과의 대비를 강조한다.
더그 포드 주총리는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캐나다가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보복 조치로 에너지·광물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온타리오는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자 제조업 중심지로, 최근 스텔란티스(Stellantis) 와 GM 이 트럼프의 관세 부담을 이유로 자동차 생산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자리 손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카니 총리실과 포드 주총리실은 이번 사안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