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 개 객실 확보하려던 1,500만 달러 투자, 고비용 임대 구조 무너지며 손더 파산
"모든 게 그때부터 완전히 무너졌다"... 고객·직원 혼란 속 급작스러운 폐업
세계 최대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Marriott International)이 단기임대 스타트업 **손더(Sonder)**와의 협력으로 9천여 개 객실을 확보하려던 계획이, 회사의 돌연 파산과 함께 대형 악몽으로 돌아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메리어트는 작년 8월, 약 1,500만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손더의 전 세계 주거형 숙박 시설을 자사 예약 플랫폼에 포함시켰지만, 손더는 고비용 장기 임대 계약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사업 청산을 선언했다.
고객들에게 날아온 황당한 이메일... "가능한 한 빨리 체크아웃하십시오"
11월 9일, 손더 객실에 머무르던 수천 명의 메리어트 고객들은 "가능한 한 빨리 숙소를 떠나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황당한 이메일을 받았다.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 손더 매니저였던 카시아 프랑수아는 "그때부터 모든 게 정말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디지털 키는 갑자기 비활성화됐고, 일부 고객은 짐이 방 안에 있는데도 문을 열 수 없었다.
장기간 거주하던 고객들은 프런트 데스크에 몰려와 상황을 따졌고, 일부는 경찰에게까지 퇴거 관련 법률을 문의했다.
약 24시간 뒤, 손더는 회사의 청산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메리어트는 이미 손더의 '자금난'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급여·세금 150만 달러를 대신 지급했다"
고객에게는 갑작스러운 붕괴였지만, 메리어트는 손더의 심각한 자금난을 이미 알고 있었다.
손더는 수년간 적자를 메우기 위해 투자 유치를 반복했으나,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확립하지 못했다.
최근 몇 주 동안은 메리어트에 추가 지원을 요구했고, 메리어트는 급여 및 세금 일주일분으로 150만 달러를 지급한 상태였다.
그러나 손더의 매각 시도가 실패하자, 메리어트는 결국 파트너십 종료를 결정했다.
메리어트는 "손더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고객들에게 환불·대체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더는 "심각한 재정적 제약"을 파산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파산법원에서 맞붙는 양사... "더 돈을 요구했다" vs "기술 통합이 문제였다"
두 회사는 현재 델라웨어 파산법원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메리어트는 "손더가 추가 자금 없이는 회사를 폐쇄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손더는 "메리어트 예약시스템과의 통합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져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고 맞서고 있다.
손더의 시작: '학생 아파트 서브렛'에서 탄생
그러나 사업모델은 WeWork와 동일한 구조적 위험
손더는 2012년 캐나다 맥길대 학생이던 **프랜시스 데이비슨(33)**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본인의 아파트에 여름 서브렛을 구하던 경험을 사업 모델로 확장하며 단기임대 업계에 뛰어들었다.
손더의 모델은 에어비앤비와 달리 아파트를 직접 장기 임대하고, 가구를 들여 놓고,고객에게 단·중기 임대로 재임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는 장기 임대 부담 vs 단기 수익이라는 구조적 위험, 즉 위워크(WeWork)와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팬데믹 직격탄... SPAC 상장 실패 후 더 깊어진 수렁
2020년 코로나19로 도심 수요가 증발하자 손더는 직격탄을 맞았다.
비용 절감에 나선 회사는 2021년 SPAC(Gores Metropoulos II)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했다.
회사는 2025년 매출 40억 달러를 전망했지만, 상장 직전 SPAC 투자자 대부분이 주식을 현금으로 환급받으며 불안감이 드러났다.
2022년 나스닥 데뷔 당시 손더의 기업가치는 15억 달러였고, 상장 과정에서는 예상보다 4억 달러 덜 조달했다.
데이비슨은 상장 한 달 뒤, 음악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의 LA 주택을 900만 달러 이상에 매입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3년 손더의 실적은 매출 6억 200만 달러,비용 8억 8천만 달러로 적자폭이 심각했다.
메리어트의 전략: "적은 비용으로 객실 수 늘리기"
메리어트는 건축 비용 상승으로 신규 호텔 개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손더와의 파트너십을 저비용·고효율 전략으로 판단했다.
20년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손더의 모든 숙소는 메리어트 플랫폼에 등록됐고, 예약 시 일부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손더는 이미 여러 차례 재무보고를 지연했고, 나스닥 상장폐지 위험에도 몰려 있었다.
앤서니 카푸아노 메리어트 CEO는 당시 "충분한 실사를 진행했다"며 낙관했다.
하지만 계약 통합이 마무리된 직후 데이비슨은 220만 달러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손더의 현금 흐름 악화... 2024년에도 계속된 '긴급 자금 요청'
메리어트의 고객들은 체크인 시점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라 손더의 선결제 현금 흐름은 나빠졌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객실 점유율은 86%로 높았지만, 손더의 고정비를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여름이 되자 손더는 또다시 메리어트에 지원을 요청했고, 메리어트는 받을 예정이던 수수료를 대출로 전환해주었다.
손더는 손실을 내는 건물의 임대 계약을 집주인과 조기 종료하려 했으나, 이는 일부 지역에서 카사(Kasa) 등 다른 업체에 운영권이 넘어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9월 이후 급속 붕괴... "직원 전체회의에서는 '걱정할 것 없다'고 했는데"
9월 손더는 매각·파산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총괄이던 공동창업자 피카르는 사임 후 별도 인수 컨소시엄을 꾸렸다.
10월에는 나스닥 시총 기준 미달로 또다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고, 3분기 실적공시도 제출하지 못했다.
10월 31일, 뉴욕 직원들은 대규모 해고 가능성 알림을 받았다.
그럼에도 전 직원 회의에서는 "걱정할 것 없다"는 메시지가 반복됐다고 한다.
9일 뒤, 메리어트는 고객들에게 퇴실 요청 이메일을 발송했다.
현장에서 벌어진 혼란... "슬랙 채널이 하나씩 사라졌다"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손더 직원 롭 굿윈은 슬랙 채널이 하나씩 사라지고, 관리자들이 LinkedIn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손더는 더 이상 호텔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안내해야 했고, 메리어트·익스피디아·부킹닷컴 등 예약 주체에게 문의하라고 전달했다.
장기 환자 가족, 관광객 등 큰 피해... "극도로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다"
뉴욕에서 암 치료를 받는 남편과 함께 손더 아파트에 머물던 앨리슨 파웰 부부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메리어트는 12만 포인트와 뉴저지 호텔을 제공했으나 병원과 너무 멀어 다시 여러 호텔로 옮겨야 했다.
그 과정에서 손더의 '아파트형 스위트'가 아닌 '일반 호텔 룸'으로 이동해야 했고 비용도 증가했다.
굿윈은 11월 9일, 새벽까지 17시간을 일하며 고객들의 대체 숙소 수습을 도왔다. 그러다 다음 날 자신의 해고 통지를 받았다.
메리어트 "수억 달러 선결제 받아놓고 아무 대비 없이 붕괴"
"손더가 우리에게 1,770만 달러를 빚지고 있다"
파산법원 제출 문서에서 메리어트는 "손더는 향후 숙박 예약에 대한 선결제 수천만 달러를 이미 받아놓고도, 이를 이행할 계획이 없었다. 어떤 비상 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채 수주 간 실패한 구조조정을 이어갔고, 질서 있는 종료를 위한 유동성도 확보하지 않았다."며 손더를 강하게 비판했다.
메리어트는 이 파트너십에서 단 한 푼도 벌지 못했으며, 손더가 1,770만 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