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풍력 산업과의 전쟁', 연중 내내 격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전역의 모든 해상풍력 프로젝트 건설을 전면 중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전쟁부가 식별한 국가안보 위험을 이유로 들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내온 해상풍력 산업에 가장 강력한 제동을 건 조치다.
내무부는 22일(월) 성명을 통해 매사추세츠에서 버지니아에 이르는 5개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해 연방 임대(리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이번 조치가 "최근 완료된 기밀 보고서에서 전쟁부가 확인한 국가안보 위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이번 결정은 관련 적대 기술의 급속한 진화와, 미 동부 연안 인구 밀집 지역 인근에 대규모 해상풍력 설비가 조성되면서 발생하는 취약성 등 새로운 국가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단 대상 프로젝트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는 사업은 매사추세츠 마서스비니어드 인근 바인야드 윈드 1, 로드아일랜드와 코네티컷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던 레볼루션 윈드, 코스탈 버지니아 해상풍력, 뉴욕 해상 선라이즈 윈드와 엠파이어 윈드 1 등이다.
주가 급락...업계 '충격'
이 소식이 전해지자 덴마크 에너지 기업 **Ørsted**의 주가는 11% 이상 급락했다. 코스탈 버지니아 프로젝트의 주도 개발사인 Dominion Energy 역시 5% 넘게 하락하며 S&P 500 지수 내 최저 성과 종목이 됐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도미니언은 전날 터빈 설치를 위해 선박이 출항할 때까지도 이번 중단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도미니언은 성명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가 "미국의 국가안보와 버지니아주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 충족에 필수적"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미국의 핵심 전투 시설, 세계 최대 규모의 군함 제조시설, 지구상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 그리고 AI 혁명의 최전선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전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력·고용 영향
해상풍력 업계 단체 오션틱 네트워크에 따르면, 중단된 프로젝트들은 총 약 6기가와트(GW)의 전력 공급이 예상됐다. 이는 맨해튼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해당 단체의 최고경영자 리즈 버독은 이번 조치를 두고 "대통령이 해상풍력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또 하나의 명분에 불과하다"며 "그 결과 수백만 미국인의 에너지 비용을 높이고, 미국 내 투자를 위축시키며, 수천 명을 사실상 실업 상태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풍력 정책으로 위험에 처한 해상풍력 관련 직접 고용이 약 1만2,000명, 간접 고용이 5,000명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규제 논란과 정치적 공방
에릭 밀리토 미국해양산업협회(NOIA) 회장은 행정부에 중단 조치 철회를 촉구하며 "해당 프로젝트들은 이미 국방부의 엄격한 규제 검토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해상풍력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해왔다. 취임 직후 서명한 첫 행정명령들에는 육상·해상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인허가 및 임대 중단이 포함돼 업계를 수개월간 불확실성에 빠뜨렸다.
트럼프는 1월 20일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는 풍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터빈 날개가 도는 모습을 손짓으로 흉내 냈고, "크고 못생긴 풍력발전기는 동네를 망친다"고 말했다.
잇단 중단과 법원 판단
행정부는 봄에 엠파이어 윈드 공사를 중단시켰다가,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와의 협상 끝에 재개를 허용했다. 8월에는 거의 완공 단계에 있던 레볼루션 윈드마저 중단해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해상에서 대기 중이던 근로자들이 발이 묶이기도 했다. 이후 9월 연방법원이 공사 재개를 허용했다.
이미 흔들리던 산업
해상풍력 산업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팬데믹 이후 인건비가 급등했고, 고금리 환경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의 차입 비용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터빈과 기초 구조물을 운송할 특수 선박의 글로벌 공급 부족까지 겹치며 부담이 가중됐다.
이번 전면 중단으로 미국 해상풍력 산업의 향방은 다시 한 번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