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세금 환급을 전면에 내세운 고위험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세금 신고 시즌을 통해 지난해보다 약 1000억달러 늘어난 환급금이 가계로 유입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공화당의 핵심 정치 자산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트럼프 연설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이번 주 시작된 세금 신고 시즌은 총 4290억달러 규모의 환급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3290억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로, 공화당이 설계한 감세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다.

현금 환급에 베팅한 공화당의 계산

공화당의 전략은 단순하다. 유권자 지갑에 돈을 넣고, 투표함에서 보답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감세 효과를 실제 환급으로 구현하려면 인력 감축과 은퇴로 몸집이 줄어든 국세청(IRS)이 환급을 신속히 처리하고 납세자 문의에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유권자들이 환급 증가의 이유를 공화당 정책 덕분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정치적 설득도 필요하다.

공화당이 노리는 목표는 하원과 상원의 근소한 다수 의석 유지다. 이는 입법 주도권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 차단과도 직결된다.

'원 빅 뷰티풀 법'의 재포장

공화당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른바 '원 빅 뷰티풀 법'을 '근로 가정 감세'로 재브랜딩하며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해당 법에는 팁 노동자와 초과근무 수당 근로자, 고령자, 자동차 구매자, 자녀를 둔 가정, 그리고 주·지방세 공제 한도가 높은 납세자를 위한 감세 조치가 포함됐다.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환급액은 3167달러였으며, 올해는 평균 1000달러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소규모 경기부양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의도된 '일시 집중 효과'

공화당은 이번 감세를 2025년 과세연도에 소급 적용하고, 급여 원천징수 방식은 즉시 바꾸지 않았다. 그 결과 감세 효과가 매달 급여가 아닌 올해 세금 신고 시즌에 일시적으로 집중돼 선거 이전에 체감되도록 설계됐다.

뉴욕 지역 공화당 하원의원 닉 라로타는 주·지방세 공제 한도를 1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상향한 결정에 대해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 조항 하나만으로도 이번 환급 증가분의 약 4분의 1이 설명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산층 중심, 저소득층은 소외

이번 환급 확대는 중산층과 상위 중산층에 집중됐다. 고소득층 역시 최고세율 37% 유지, 상속세 및 기업 세제 혜택 연장 등에서 이익을 봤지만, 이는 세금 시즌 환급보다는 장기적인 절세 효과에 가깝다.

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세 납부 자체가 적어 추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감세 전략의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민주당 하원의원 브렌던 보일은 의료 지출 삭감과 전반적인 물가 부담이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력 줄어든 IRS, 최대 시험대

세금 시즌은 IRS에 기술적·행정적 시험대다. IRS는 2025년 초 10만명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약 25% 줄었다. 자동화된 시스템이 많지만, 고령 납세자들을 중심으로 전화 문의와 서면 대응 수요가 몰리면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IRS는 지난해 10월 접수된 개인 납세자 서한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직 재무부 관료이자 조세정책센터의 재닛 홀츠블랫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새 경영진의 자신감

IRS는 올해 새로운 리더십 아래 운영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직무대행 국세청장을 맡았고, 실무는 신설된 CEO 직책의 프랭크 비시냐노가 총괄하고 있다. 비시냐노는 "지난 20년 중 가장 적은 적체를 남길 것"이라며 "역대 최고의 성과를 기대해도 된다"고 말했다.

환급은 쓰이고, 기억될까

대부분의 미국인은 환급을 무이자 대출 상환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빠르게 소비한다. 연구에 따르면 환급 직후 의료비와 소비 지출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환급의 정치적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생활비 상승이 계속되는 한, 일회성 환급은 표심을 붙잡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고민은 남아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공화당 하원의원 로이드 스머커는 "11월의 성패는 사람들이 우리 경제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환급이라는 즉각적 보상이 중간선거까지 유권자 기억 속에 남을지, 아니면 물가 부담에 묻혀 사라질지, 트럼프와 공화당의 정치적 도박은 이제 현실의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