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애플)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아시아, 특히 대만에 비해 기술·생산 규모 면에서 수년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과 함께 미국 남서부 지역의 주요 협력업체들을 방문해, 애플이 얼마나 미국 내 칩 생산을 끌어올리고 있는지 점검했다.
애리조나 사막에 들어서는 초대형 공장
피닉스 북쪽 30분 거리 사막 한가운데, 뉴욕 센트럴파크의 2.5배에 달하는 부지에서 30개 이상의 크레인이 대형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주도 기업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TSMC·대만적체전로제조)다. 회사는 총 1,650억 달러를 투입해 6개의 반도체 공장을 포함한 대규모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공장의 최대 고객은 애플이다. 애플은 막강한 구매력을 활용해 미국 내 칩 생산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 관세 리스크 완화, 그리고 미 정부의 '반도체 자립'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애플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4년간 6,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금액에는 직원 급여와 리테일 운영비도 포함되지만, 애리조나 공장에서 올해 1억 개 이상의 칩을 구매하는 계획 역시 포함돼 있다.
글로벌 공급망 대비 아직은 제한적
다만 애플의 애리조나 공장 구매 물량은 전체 칩 수요의 일부에 불과하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4나노·5나노 공정을 생산 중이며, 최첨단 2나노 칩은 2030년 이후에야 생산될 예정이다. 현재 2나노 칩은 대만에서만 제조된다.
TSMC는 대만에서 월 10만 장 이상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4개 대형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애리조나 단지가 동일 수준에 도달하려면 6개 공장이 모두 완공돼야 한다.
텍사스·켄터키·캘리포니아까지 확장
애플의 미국 내 공급망 확대는 애리조나에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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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셔먼에 공장을 연 GlobalWafers(글로벌웨이퍼스)는 실리콘 잉곳을 웨이퍼로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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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에서 70억 달러를 투자하는 Amkor Technology(앰코 테크놀로지)는 칩 패키징 시설 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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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에서는 디바이스용 유리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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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는 희토류 자석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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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휴스턴에서는 Foxconn(폭스콘)과 함께 AI 서버 조립
특히 휴스턴 공장은 시간당 약 10대의 AI 서버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말 20만 제곱피트 이상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애플은 이곳에서 맥 미니(Mac Mini) 조립도 시작할 계획이다.
왜 지금 미국 반도체인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건 움직임은 미·중 갈등과 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출발했다.
대만은 전 세계 최첨단 칩 대부분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중국은 대만 통일 가능성을 시사해왔고, 지진 등 자연재해 위험도 상존한다.
코로나19 당시 반도체 공급 차질로 미국 자동차 생산이 큰 타격을 입은 경험도 정책 전환을 촉진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여전히 '아이폰'은 해외 생산
애플은 수억 대의 아이폰(iPhone)을 판매하지만, 아이폰 조립을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은 아직 없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비 칸(Sabih Khan)은 "우리는 미래 혁신과 제품 차별화에 핵심적인 요소에 집중하고 있다"며 "부품, 서브어셈블리, 첨단 실리콘이 우선순위"라고 설명했다.
즉, 애플의 전략은 완제품 조립 이전이 아니라 '핵심 기술과 부품'의 점진적 리쇼어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반도체 부활, 상징과 현실 사이
애리조나 TSMC 단지가 완공되면 2,000에이커 이상 규모의 '반도체 도시'가 형성된다. 아파트 단지와 코스트코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기술력과 생산 규모에서 미국은 여전히 대만에 뒤처져 있다. 애플의 미국 내 칩 생산 확대는 상징성과 전략적 의미는 크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균형을 바꾸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반도체 산업 부활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