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화) 워싱턴 의회에서 가진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 자신의 첫 임기를 "시대를 바꾼 대전환(turnaround for the ages)"으로 규정하며 경제 성과와 이민 단속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연설은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전면적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직후 이뤄졌고, 동시에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진행돼 정치·외교적으로도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렸다.

"관세가 소득세 대체"...대법원 판결엔 "불행한 결정"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핵심 경제 성과로 재차 강조했다. 그는 "관세가 결국 소득세를 상당 부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관세 수입 확대를 통해 재정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의회 연설
(트럼프 대통령 2기 의회 연설. 백악관 X 영상 캡쳐 )

그러나 최근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조치에 대해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불행한 결정(unfortunate ruling)"이라고 지칭하며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해 관세를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설장에는 John Roberts 연방대법원장을 비롯해 Elena Kagan, Brett Kavanaugh, Amy Coney Barrett 대법관이 자리했다. 이들 중 다수는 해당 판결에서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비판 발언에도 이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물가 급락 중" 주장...실제 인플레이션은 2%대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물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달걀·닭고기·버터·호텔 요금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취임 당시보다 생활비 부담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대 중반으로,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전반적인 물가가 광범위하게 하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2025년 급등했던 달걀 가격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인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의약품 공약..."기관투자가 단독주택 매입 금지"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생활비 절감 공약을 집중 부각했다. 그는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기관투자가의 단독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촉구했다. 또한 처방약 가격 인하 방안도 재차 언급하며 "가계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생아에게 1,000달러의 초기 자금을 제공하는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s)'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장기적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AI 전력요금 '보호 서약' 발표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과 관련해 대형 기술기업들이 전력 사용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rate payer protection pledge)'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노후화된 전력망과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언급하며 "미국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독특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AI 확산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물 부족, 일자리 감소 우려 등 지역사회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구체적 이행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의회 내부거래 금지 촉구...초당적 기립 박수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내 주식 내부거래를 근절해야 한다며 'Stop Insider Trading Act'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의원이 주식을 매도하기 7일 전에 사전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발언에는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기립 박수로 호응했다. 대통령은 일부 유력 정치인을 언급하며 날 선 농담을 던지기도 했으나, 대체로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스패너버거·파딜라 반박 연설

공식 민주당 반박 연설은 버지니아 주지사 Abigail Spanberger가 맡았으며,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두 번째 반박 연설은 캘리포니아의 Alex Padilla 상원의원이 담당했다. 민주당은 관세 정책의 법적 한계와 물가 인식의 괴리를 지적하며 경제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에 반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선거 전초전 성격

이번 국정연설은 단순한 정책 보고를 넘어 중간선거를 앞둔 사실상의 선거 연설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회복, 이민 단속, 에너지 정책, 자산 형성 프로그램 등 유권자 체감도가 높은 의제를 전면 배치하며 공화당의 의회 다수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사법부와의 갈등, 대외 군사적 긴장, 그리고 물가에 대한 체감 경기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경제 지표와 외교·안보 변수들이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