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1세기 최고의 성장 산업으로 꼽히던 소프트웨어 업종이 올해 들어 급격한 조정을 겪으며 '시장 알바트로스'로 전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인공지능(AI)이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관련 종목들이 대거 급락했다.
WSJ에 따르면, 세일즈포스(Salesforce), 어도비(Adobe) 등 대표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몇 달간 가파르게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AI 기반 신흥 경쟁사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AI 기술 발표가 나올 때마다 매도세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ETF 20% 급락... 인튜이트 42%↓
스테이트스트리트 SPDR S&P 소프트웨어 & 서비스 ETF(State Street SPDR S&P Software & Services ETF)는 2026년 들어 두 달 만에 20% 하락했으며, 지난해 가을 고점 대비로는 약 30% 떨어졌다.
S&P500 구성 종목 중 올해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기업은 인튜이트(Intuit)다. 터보택스(TurboTax)와 퀵북스(QuickBooks)를 보유한 인튜이트는 연초 이후 약 42% 급락했다.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워크데이(Workday)도 38% 하락하며 뒤를 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앱러빈(AppLovin), 인튜이트,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ServiceNow) 등은 각각 최소 500억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ETF 구성 종목 전체로는 올해 들어 약 1조6천억달러의 시총이 사라졌다.
밸류에이션 급락... "프리미엄 시대 끝났나"
주가 급락과 함께 밸류에이션도 빠르게 낮아졌다. 해당 ETF 구성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9배로, 2022년 47배를 웃돌던 정점 대비 크게 하락했다. 반면 S&P500 전체의 선행 PER은 약 22배 수준이다.
아틀라시안(Atlassian)은 2021년 한때 선행 PER 250배를 넘었지만, 현재는 약 22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높은 구독료, 낮은 자본지출, 높은 마진을 무기로 월가의 총애를 받아왔다. 그러나 AI가 코드 작성, 디자인, 회계, 인사관리 등 핵심 기능을 대체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프리미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부채 시장까지 번진 충격
충격은 주식시장에 그치지 않고 기업 대출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사모펀드(PE)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이어졌던 2010년대 후반부터 고수익(투기등급) 기업대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현재 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재판매한 투기등급 기업대출의 약 13%가 소프트웨어 기업에 해당한다. 자산운용사들이 직접 제공한 사모신용(private credit) 대출에서는 비중이 더욱 크다.
1월 중순 이후 활발히 거래되는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업계 내 부도율 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 블루 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 등 주요 사모 대출 기관들도 최근 주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AI가 경쟁자"... 구조적 전환기
투자자들의 핵심 질문은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 여부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보완'하는 도구에 그칠지, 아니면 기업용 소프트웨어 자체를 대체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지에 따라 업종의 장기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증시가 사상 최고치 근처를 유지하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업종만 유독 급락하는 현상은 시장이 특정 섹터의 미래 수익 구조를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혁신이 새로운 황금기를 열지, 아니면 기존 강자들의 수익성을 잠식할지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계의 10년 성장 스토리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