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핵탄두 증강과 함께 동맹국 영토 내 '전진 배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유럽 안보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이 2일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브르타뉴 인근 일 롱그(Île Longue) 핵잠수함 기지에서 연설을 통해 "프랑스는 핵탄두 수를 늘리고, 필요할 경우 동맹국 영토에 일시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 내 프랑스 핵 억지력의 적용 범위를 사실상 확대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자료화면)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 영국, 네덜란드, 폴란드 등 8개 유럽 국가와 '전진 억지(forward deterrence)' 전략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스웨덴, 벨기에, 그리스도 협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맹국과 핵훈련 확대..."유럽 전역에 힘의 군도"

마크롱은 동맹국들이 프랑스의 핵훈련에 참여하고, 재래식 전력으로 프랑스 핵전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핵무장을 탑재한 라팔(Rafale) 전투기를 동맹국 영토에 임시 배치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럽 전역에 힘의 군도(archipelago of power)를 형성하면 적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억지력의 분산 효과를 강조했다.

프랑스는 현재 약 2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라팔 전투기와 핵탄도미사일 잠수함을 통해 운용된다. 마크롱은 이 수치를 추가로 증강하겠다고 밝혔으며, 향후 구체적인 보유 수량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략적 모호성' 강화...핵 사용 권한은 프랑스 단독

마크롱은 "핵무기 사용 결정권은 전적으로 프랑스가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핵 독트린은 '전략적 모호성' 원칙에 기반한다. 이는 대통령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vital interests)'을 보호하기 위해 핵공격을 명령할 수 있으나, 구체적 레드라인은 명시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는 "자유롭기 위해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두려움을 주기 위해서는 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핵우산 의구심 속 유럽 재정비

이번 발표는 미국의 유럽 안보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이란 분쟁 확산, 그리고 미국 내 대외정책 기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유럽 각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존도를 재평가하고 있다.

프랑스는 과거 자크 시라크 (Jacques Chirac) 전 대통령 시절부터 "프랑스의 중대한 이익은 유럽적 차원을 갖는다"고 밝혀왔지만, 실제로 동맹국 영토에 핵 전력을 배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가장 구체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유럽 내 독자적 핵 억지 체제 구축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으며, 러시아와의 전략적 긴장도 동시에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