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국가 전력망이 16일(월) 붕괴하면서 약 1천만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쿠바 원유 봉쇄로 연료 수급이 막히면서, 이미 노후화된 쿠바 발전 시스템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바 전력 운영기관 UNE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전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최근 수시간에서 수일씩 이어지는 대규모 정전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것으로, 주말에는 이와 관련해 공산당 체제하의 쿠바에서 이례적인 폭력 시위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소 대형 고장은 아니다"... 송전 문제 가능성
쿠바 당국은 대형 발전소 자체의 중대 고장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전력망 붕괴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제의 핵심이 송전 계통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현재 전국 전력망을 한꺼번에 복구하기보다, 소규모 회로와 지역별 마이크로시스템부터 순차적으로 전력을 복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전체 전력망 재가동을 위한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미국 압박 강화... 베네수엘라 원유 차단이 직격탄
이번 전력 위기의 배경에는 미국의 대쿠바 압박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이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확보한 이후, 쿠바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대쿠바 수출을 차단했고, 쿠바에 원유를 판매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카리브해 섬나라인 쿠바의 노후 전력망은 사실상 연료 공급이 막히며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쿠바 정부는 지난 14일 미국과 위기 완화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쿠바가 붕괴 직전에 있으며 미국과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제는 익숙하다"... 일상 된 정전
쿠바 주민들은 연료 부족과 전력망 시스템 고장에 따른 정전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바나 주민 다야나 마친(26)은 로이터에 "이 소식이 놀랍지 않았다"며 "모든 쿠바인들이 이제는 전력망 전기에 의존하지 않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렇게 사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원유 수입 사실상 마비
로이터가 확인한 LSEG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쿠바는 올해 들어 원유 수입 선박 2척만을 받았다.
첫 번째 유조선은 1월 멕시코에서 출발해 아바나 항구에 연료를 하역했다. 멕시코는 그전까지 쿠바의 정기적인 연료 공급처였다. 두 번째 선박은 자메이카에서 출발해 2월 액화석유가스(LPG), 즉 취사용 가스를 하역했다.
반면, 한때 쿠바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올해 들어 쿠바에 단 한 차례도 연료를 보내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지난달 기존에 쿠바행 연료 수송에 사용하던 유조선에 휘발유를 적재했지만, 해당 선박은 여전히 베네수엘라 해역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주요 항만도 '개점휴업' 상태
탱커트래커스닷컴(TankerTrackers.com)이 분석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쿠바의 주요 에너지 허브인 마탄사스와 모아 항만에는 대형 원유 수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항만은 통상 정유용 원유와 발전용 연료유를 처리하는 핵심 거점이다.
아바나와 시엔푸에고스 항만 역시 한 달 이상 수입 활동이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쿠바의 전력 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설비 문제가 아니라, 연료 공급망 자체가 거의 마비된 구조적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