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유권자 신분증 법안(SAVE America Act)을 둘러싸고 상원에서 장기 공방에 돌입했다고 폭스뉴스(FOX)가 17일 보도했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도 민주당의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통과보다 메시지'...민주당 책임론 부각

FOX에 따르면, 상원 공화당은 17일 본회의를 장악하며 이른바 '플로어 장악(floor takeover)'에 성공했다.

이는 법안을 실제로 통과시키기보다는,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저지하고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

미국 의회
(미국 의회. 자료화면)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Chuck Schumer)는 본회의에서 "단 한 명의 민주당 의원도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해당 법안을 "급진적(radical)"이라고 규정하며, 공화당이 의사진행을 장기화할 경우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압박 속 공화당 내부 균열

이번 상원 공방은 존 튠(John Thune) 공화당 원내대표를 향한 트럼프와 보수 강경파의 압박 속에서 성사됐다. 트럼프는 전날 튠과 통화했다며 "그가 법안을 통과시키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노출됐다. 리사 머코스키(Lisa Murkowski) 상원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법안 저지에 동참했고, 반대 의사를 밝혔던 톰 틸리스(Thom Tillis)는 표결에 불참했다.

'말하는 필리버스터' 논쟁...현실적 한계

유타주 상원의원 마이크 리(Mike Lee) 등 일부 공화당 강경파는 '말하는 필리버스터(talking filibuster)'를 도입해 민주당을 압박하고 단순 과반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전략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공화당이 상원에서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수정안 공세를 막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핵심 쟁점: 우편투표·젠더 정책까지 확대

공화당은 이번 법안에 트럼프가 요구한 추가 조항들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무작위 우편투표 제한(군인·질병 등 예외 인정)

  •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 금지

  • 미성년자 대상 성전환 수술 중단

다만 우편투표 전면 제한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존재한다. 위스콘신주의 론 존슨(Ron Johnson) 의원은 "부재자 투표를 완전히 금지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 제한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기전 불가피...정치적 '책임 공방' 격화 전망

이번 법안은 상원에서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민주당이 단결해 반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장기 토론과 수정안 표결을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는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은 절차적 지연 전술로 맞서며, 공화당이 추진 중인 국토안보부 장관 인준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공방이 실제 입법 성과보다는, 2026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신분증' 이슈를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