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제롬 파월 의장의 8년 임기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그러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내부 분열과 정치적 압박이 겹치면서, 차기 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준은 29일(수) 기준금리를 3.5~3.75% 범위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향후 금리 인하 여부를 둘러싸고 정책위원들 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며, 파월 체제의 마지막 회의는 '분열 속 종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리 전망 두고 이례적 분열..."30년 만 최대 이견"

이번 회의에서는 총 12명 중 4명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1992년 이후 가장 큰 내부 이견이 발생했다.

일부 위원들은 기존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완화적 기조 유지에 반대했고, 반대로 한 위원은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등 방향성이 크게 갈렸다.

이는 향후 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파월 "이사회 잔류"...연준 독립성 논란 직면

파월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연준 이사회에 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전통적으로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기고 완전히 퇴임하던 관례와는 다른 이례적인 결정이다.

파월 연준의장
(파월 연준의장. 자료화면)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법적 공세를 언급하며, "연준의 정책 결정이 정치적 요인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후임 케빈 워시...정책 대전환 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차기 의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며, 기존의 데이터 중심·점진적 정책 운영 방식에서 벗어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인준 청문회에서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시사하며, 파월 시대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인플레이션 여전히 변수..."에너지 충격이 시험대"

연준은 현재 약 3%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완전히 하락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기 충격에 그칠지, 구조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위원들은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년 통화정책 체제 전환점"...시장 긴장

이번 회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축된 연준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가 전환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파월 의장은 2% 물가 목표와 시장과의 소통 강화 전략을 중심으로 정책을 운영해왔지만,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그 유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법적 압박 속 출범하는 새 체제

차기 워시 체제는 단순한 정책 전환을 넘어, 연준의 제도적 독립성까지 시험받는 환경에서 출범하게 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왔으며, 일부 연준 인사 교체를 시도하는 등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강화해왔다.

전문가들은 향후 연준이 정치적 요구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금리 동결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불확실성 확대

결국 이번 결정은 금리 동결 자체보다 향후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킨 사건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워시 체제 출범 이후 금리 인하 속도, 인플레이션 대응 방식, 연준의 독립성 유지 여부 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