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Raúl Castro) 전 쿠바 국가주석이 미국 연방법원에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경제난과 에너지 위기로 흔들리는 쿠바 공산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라울 카스트로를 살인, 미국 시민 살해 공모, 항공기 파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번 기소는 쿠바 혁명의 핵심 지도자이자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은퇴 이후에도 사실상 쿠바 권력 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인물을 정면 압박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위키)

검찰은 특히 1996년 발생한 'Brothers to the Rescue(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쿠바 공군은 쿠바 망명자 인도주의 단체가 운항하던 민간 항공기들을 격추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시민 3명과 영주권자 1명이 사망했다.

사건 당시 라울 카스트로는 쿠바 국방장관이었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해당 사건을 "국제법 위반 및 민간인 학살"로 규정해왔지만, 현직 또는 전직 쿠바 최고 지도부를 직접 형사 기소한 것은 사실상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번 기소는 지난 4월 대배심(grand jury)을 통해 비공개로 승인됐으며, 최근 공식 공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쿠바에 대한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쿠바에 대한 원유 봉쇄(oil blockade)를 지속하면서, 극심한 전력난과 경제 위기에 직면한 쿠바 정부에 정치·경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쿠바는 심각한 연료 부족과 전력 공급 붕괴 문제를 겪고 있으며, 장시간 정전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관광 산업 침체와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사회 불만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미국 내 쿠바 망명 커뮤니티는 이번 기소를 강하게 환영하고 있다.

반면 쿠바 정부는 미국의 조치를 "정치적 공격"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 사법 문제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하고 있다.